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은 부모들의 흔한 잔소리 레퍼토리다. 그런데 사실 이같은 행동은 시력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안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녹내장이 대표적이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지속적으로 손상되는 병이다.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과 신경섬유층에 손상이 생기는 것으로 실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당뇨나 고혈압처럼 녹내장 환자 역시 평생에 걸친 치료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내장은 흔히 고령 환자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나이와 큰 관련은 없다. 오히려 고도 근시가 있거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환자, 과거에 눈을 다친 환자, 장기간 스테로이드 점안약을 투약한 환자, 당뇨•동맥경화 환자에게서 발병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
특히 눈 속에서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을 공급하는 투명한 액체(방수)가 배출되지 못하면 ‘급성 폐쇄각 녹내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심한 안구통, 충혈, 시력 저하, 두통 등 증상이 뚜렷하고 심해 응급실로 내원하는 환자가 많다.
안구 통증은 눈가에 극심한 통증과 함께 두통, 구토가 나타난다. 경험해본 적 없는 사람들은 뇌병변의 초기 증상으로 착각하고 뇌 CT 검사를 받은 후 안과를 찾기도 할 정도다. 따라서 두통과 함께 시력 저하, 충혈 등이 동반된다면 녹내장을 의심하고 안과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발작성 통증은 특히 어두운 공간에서 장시간, 근거리 작업을 할 때 나타나기 쉽다. 불을 끄고 엎드려 스마트폰을 오래하는 자세가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 근거리 조절을 하기 위해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동공이 커지는데, 이것이 지속되면 방수 배출구를 막고 안압을 높일 수 있다.
또 어두운 공간에서 화면을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을 덜 깜빡이게 된다.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추기 위해 눈 안의 섬모체 근육이 긴장한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눈의 피로도가 증가하고 빛번짐, 눈부심, 야간 근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박성은 세란병원 안과센터 과장은 “스마트폰을 할 때는 밝은 곳에서 정자세로 화면을 보는 것이 좋다”며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예방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빠르게 안과에 내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