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바람 피운다고 의심하는 피해망상에 더불어 우울감, 혼란과 같은 증상이 결국 치명적인 뇌종양의 신호였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앤디 햄프턴(55)은 두통과 기억력 저하, 뇌 안개(브레인포그), 우울감을 겪으며 점차 극도로 불안정한 심리 상태에 빠졌다. 중년의 심리 변화인가 싶었지만 아내의 외도를 의심하는 피해망상이 더해지면서 가정 내 갈등도 깊어졌다.
정밀 영상검사 결과, 그의 뇌에는 지름 8cm에 달하는 악성 종양이 자리하고 있었다. 최종 진단명은 교모세포종이었다.
수술과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를 병행했지만 예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듯했던 증상은 1년 만에 다시 악화됐고, 뇌압 상승과 신경학적 변화, 반복되는 발작 끝에 그는 2025년 5월 자택에서 가족과 함께 있던 중 숨을 거뒀다.
그의 아내 젬마는 “교모세포종은 우리에게 작별의 시간을 주지 않았다”며 “더 많은 연구와 조기 진단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가장 흔하고 치명적인 뇌종양, 교모세포종
교모세포종(Glioblastoma multiforme, GBM)은 성인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발성 악성 뇌종양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4등급 고등급 신경교종으로 분류되며, 빠르게 성장하고 주위 뇌 조직을 침범하는 침습성이 매우 강하다. 이 종양은 명확한 경계를 가지지 않고 퍼지기 때문에 완전한 절제가 어렵고, 재발률 또한 높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은 만성 두통과 인지 기능 저하, 성격 변화, 우울감, 발작 등이다. 증상이 비특이적인 탓에 단순한 스트레스나 정신질환으로 오인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중년 성인에게서 갑작스러운 성격 변화나 망상, 감정 기복이 동반될 경우 신경과적 평가가 필요하다.
진단은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조직 생검으로 확정되며, 치료는 수술을 통한 가능한 범위의 종양 절제 후 방사선 치료와 항암 화학요법(테모졸로마이드 기반)을 병행하는 것이 표준이다. 그러나 치료에도 불구하고 평균 생존 기간은 12~18개월에 불과하고, 5년 생존률은 5% 미만에 그친다.
국내서도 진단과 치료 어려워…불안 장애로 오인
한국에서도 교모세포종은 매우 예후가 나쁜 뇌종양으로 꼽힌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국내 연간 뇌종양 발생 건수는 약 1000건 내외로 추정되며, 이 중 상당수가 고등급 교종에 해당한다. 조기 발견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처음에는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로 오인해 정신과를 먼저 찾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증상이 명확하지 않고, 환자 본인이 이상 증상을 인식하지 못해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정밀 영상 검사와 유전자 분석 기반 진단이 병행돼야 하지만, 고가의 진단 비용과 의료 접근성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모호하더라도 변화가 지속된다면 반드시 영상 검사를 포함한 신경학적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40~60대 성인에게서 나타나는 갑작스러운 감정 기복, 망상, 기억력 저하 등은 뇌종양의 초기 신호일 수 있는 만큼 단순한 스트레스로 넘기기보다는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