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내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자동차와 가전제품,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관세 정책을 시행할 경우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소프트웨어 컨설턴트 크리스토퍼 푸트(35)는 미 대선일 이후 그동안 사고 싶던 것을 모두 사버렸다.
삼성 히트펌프(8천87달러), LG TV(3천214달러), 데논 오디오(1천81달러), 밀레 진공청소기(509달러) 등을 사는 데 1만2천달러 넘게 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한 미국인들이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을 바꾸고 커피와 올리브오일 등을 사서 쟁여두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시간대의 월간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5%는 내년에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 달 전 조사 때의 10%에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고치다.
크레디트카드닷컴이 소비자 2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3분의 1이 관세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에 지금 상품을 더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존스홉킨스대의 로버트 바베라 금융경제센터 소장은 “향후 12개월 내에 TV를 사겠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이제 12주 내로 TV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국내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대선 승리 이후에도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는 25%의 관세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의 연합체인 브릭스(BRICS) 회원국들에는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관세가 부과되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전망이다.
2022년의 경우 미국 전체 수입액은 약 3조2천억 달러였으며, 뷰티 제품 수입만 57억7천만 달러에 이른다.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에 사는 엔지니어 제라드 사렉(66)은 대선 이후 지하실에 커피와 올리브오일, 종이 타월 등을 잔뜩 사다 놓았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과 관련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관세부과나 이민자 추방 계획은 인건비를 상승시키고 국내 상품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2010년형 도요타 하이랜더 자동차도 2023년형 RAV4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바꿨다. 세탁기와 건조기도 새로 구입했다.
그는 “어렸을 때 보이스카우트였다. 항상 준비해야 한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이런 사재기는 의도치 않게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다.
컬럼비아대의 해리슨 홍 경제학 교수는 “사재기가 많아 공급이 부족해지면 판매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