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9일 워싱턴DC에서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에서 고령 리스크 털어내기에 부심하고 있다. 최근 ‘TV토론 대참사’로 인지력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 등판한 국제무대에서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전세계 정상들에게 건재함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달 미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고령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주요 국제 행사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을 향해 대선 후보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당내 여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를 우려하고 있는 동맹국들에도 자신의 건재를 증명해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의 무기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여러 동맹국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가 곧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의 상태에 누구보다도 관심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데다가 나토 동맹 자체에 회의적인 입장이라 그가 당선될 경우 동맹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여러 유럽 관리와 외교 당국자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이번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그의 상태를 관찰하기를 원한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악시오스에 “사람들은 바이든이 더 이상 (최종 책임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저하 의혹과 사퇴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해 온 백악관 측은 나토 동맹국들이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을 신뢰하고 있다면서 계속해서 논란 진화에 나서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회의를 통해 나토 동맹국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강하게 일축하면서 어떤 국가도 TV 토론 이후로 그러한 우려를 전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튿날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도 비슷한 질문을 받자 미국의 어느 동맹국도 대통령의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으며, 일부 미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의 기간에 저녁 8시가 넘어서 열리는 행사에도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한 미 당국자는 “외국의 정상들은 지난 3년간 바이든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개인적으로 봐왔다”며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사람을 대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나토 문제에 있어서 얼마나 효율적인지 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러한 논란을 인식한 듯 이날 개막식 연설 내내 눈과 목소리에 힘을 준 모습이었다.
그는 연설에서 강한 목소리로 “우크라이나는 푸틴(러시아 대통령)을 막을 수 있고 그럴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했으며, 일부 지점에서는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연설에서 힘있는 목소리로 발언했으며 큰 실수를 하는 것도 피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나토 동맹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미국인 대다수가 나토 동맹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은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오는 11일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사전 각본 없이 진행될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보이는 모습에 따라 그가 자신의 재선 가능성을 대중과 동맹국들에 납득시킬지, 혹은 고령 논란을 더 증폭시킬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