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4월2일로 예고했던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상호관세가 어떤식으로 부과될지는 여전히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적용 대상국이 어떤 나라들인지, 나라별 관세율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품목별 차등 적용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미국 안팎에서 각 나라와 산업 부문의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결정권을 쥔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발언이나 행정부 고위 인사들의 발언도 강경과 온건, 예외 없는 전면 적용 혹은 광범위한 적용과 일부 교역 파트너들을 집중 공략하는 선별적·절충적 접근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시장에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 전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월 13일 상호관세 부과 방안을 연구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했으며, 그 이래 지금까지 S&P 500 지수는 9% 가까이 하락했다.
3월 18일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더티 15(Dirty 15)’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미국의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미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거나 비관세 장벽을 쌓는 15%의 국가들이 주요 타깃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는 이에 해당하는 국가들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연간) 1조 달러(1천500조 원)인 (미국의) 무역적자 총액”을 유발하는 10개 내지 15개 국가를 트럼프 행정부가 지켜보고 있다고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으나, 구체적 나라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경제전문 채널 CNBC가 인용한 2024년 미국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교역 파트너는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 베트남, 독일, 대만, 일본, 한국, 캐나다, 인도, 태국, 이탈리아, 스위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이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불공정 무역 관행”을 지적한 21개국은 영문 알파벳 순서로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EU,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위스, 대만, 태국, 튀르키예, 영국, 베트남이다.
USTR은 31일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 발표에 앞서 이들 21개국을 ‘특별히 관심있는’ 국가로 분류하고 보고서 작성을 위한 여론 수렴 작업을 벌였다.

한국을 비롯한 10여개국은 무역적자 유발 상위권 목록과 “불공정 무역 관행” 지적 목록 양쪽 모두에 포함돼 있다.
베선트나 해싯의 발언만 놓고 보면 ‘상호관세’ 부과의 주요 타깃은 미국에 대규모 무역 적자를 안기는 15% 또는 15개국 안팎이 될 것으로 보였다.
악시오스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상호관세의 대상과 범위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시사하는 듯한 유화적 발언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4일 기자들과 만나 “많은 나라들에게 쉴 틈을 줄 수도 있다”고 했으며, 25일에는 뉴스맥스에 “(관세가) 아마도 상호적인 것보다는 조금 더 관대할 것”이라며 “만약 내가 상호적으로 나온다면 사람들에게 매우 힘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6일에는 상호관세가 “약간 보수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했고 28일에는 상호관세에 대해 다른 나라들과 협상하는 데에 “확실히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월 30일 밤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전용기 ‘에어 포스 원’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시작할 것”이라며 “컷오프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개국이니 15개국이니 하는 말을 당신에게 해준 사람이 누구냐”며 “당신이 나로부터 그 얘기를 들은 것은 아니다”(“나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라는 취지)라고 못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상호관세 면제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오다 지난달 25일에는 일부 국가에 대해 ‘면제’를 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어 닷새 뒤에는 다시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시작할 것”이라며 다소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상호관세에 대해 “어쩌면 내일(4월 1일) 밤 또는 아마 수요일(4월 2일)에 보게 될 것”이라면서 “그들(다른 나라)이 우리한테 무엇을 부과하든 우리도 부과하겠지만 우리는 그들보다 친철하다, 그들이 우리한테 부과한 관세보다는 숫자(관세율)가 낮을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훨씬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4월 2일 발표하는 관세가 국가별이냐 부문별이냐는 질문에 “수요일(4월2일)의 목적은 국가별 관세이지만 대통령은 분명히 부문별 관세 부과에도 전념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난 대통령이 그 결정을 언제하고 언제 발표할지는 그에게 맡기겠다”고 답했다.
모든 교역상대국을 상대로 최고 20%의 보편관세를 물리는 방안도 가능한 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팀이 더 넓고 높은 관세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제하 기사에서 “논쟁의 핵심 중 하나는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에게 개별 관세율을 적용할지 여부다”라고 전했다.
국가별로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상호관세’ 대신 작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했던 것처럼 사실상 모든 무역상대국에 동일한 관세를 물리는 ‘보편관세’를 도입하는 방안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