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힌두교 축제에서 소를 껴안은 한 여성.
인도 정부 유관 기관이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 선물 대신 소를 껴안자는 이색 제안을 했다고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매체와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인도 동물복지위원회는 오는 14일을 밸런타인데이 대신 ‘소 껴안기의 날'(Cow Hug Day)로 축하하자고 말했다.
동물복지위원회는 “소를 껴안으면 감정이 풍부해지고 행복이 증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란한 서구 문명으로 인해 전통문화가 소멸할 지경이라며 “소는 인도 문화와 시골 경제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회는 인도 정부의 법정 자문기관으로 1962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소를 신성시하는 힌두교도가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인도에서는 소를 특별대우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특히 2014년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출범한 이후 ‘소 우대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더욱 강화되고 있다.
강경 힌두민족주의자들은 암소 보호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암소 자경단’이 소 도살을 막는다는 이유로 소를 운반하거나 가공하는 이를 공격하고 살해하는 사건도 자주 발생했다.
또 인도에서는 소의 똥과 오줌으로 만든 약과 비누 등도 팔린다. 힌두교도는 어머니 같은 존재인 암소에서 나온 것들은 무엇이든 특별한 효능을 가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정부 유관 기관인 국가암소위원회가 암소의 똥으로 만든 휴대전화 방사선 차단 칩을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에 대한 냉소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
팩트 체크 매체 알트뉴스 공동 창립자인 모함메드 주바이르는 자신의 트위터에 “‘소 껴안기의 날’ 소식을 접하고 처음에는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는 글을 올리며 비아냥댔다.
정치 분석가 닐란잔 무코파디아니도 동물복지위원회의 제안에 대해 완전히 미친 메시지라고 비난하며 “이제는 정부가 정치·종교 단체가 하던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