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이란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63)가 감옥에서 단식투쟁을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나히 감독의 부인과 아들은 이란 수도 테헤란의 에빈교도소에 수감 중인 파나히가 단식에 들어간다고 전하면서, 그가 보내온 성명을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파나히 감독은 성명에서 “나는 이란 사법부와 보안 당국의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 그리고 그들의 무차별 억류에 맞서 1일부터 단식에 들어감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석방되기 전에는 음식이나 약을 먹지 않겠다”며 “죽어서 감옥을 나갈지라도 내 결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나히는 2009년 시위 도중 총에 맞아 숨진 이란 학생들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2010년 6년 징역형과 함께 20년 동안 해외여행과 영화 제작을 금지하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 복역 두 달 만에 조건부로 석방된 뒤 출국 금지 상태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해 오다 지난해 7월 재수감됐다.
파나히 감독은 당시 모하마드 라술로프 등 동료 영화감독이 당국에 억류되자 이들을 만나러 에빈 교도소를 방문한 직후 체포됐다. 이에 대해 이란 사법부는 2010년 선고받은 징역 6년 형을 마저 채우기 위해 다시 구금된 것이라고 밝혔다.
파나히는 이란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으로 장편 데뷔작인 ‘하얀풍선'(1995년)으로 칸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에게 주는 ‘황금카메라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이후 ‘써클'(2000년)로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오프사이드'(2006년)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
가석방 이후에는 자전적 영화 ‘닫힌 커튼'(2013)으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자동차로 이란을 돌아다니며 찍은 ‘택시'(2015년)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는 등 국제영화제에서 숱한 상을 받았지만 당국의 출국금지 조치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흐사 아미니(22)가 도덕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사건이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로 번지자 저명 언론인과 영화인, 변호사, 활동가들이 대거 체포되는 등 정부의 탄압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반정부 시위로 4명이 처형당했고 많은 이들이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호자트 알이슬람 모하마드 모사데그 이란 사법부 1차관은 이슬람혁명 기념일을 앞두고 시위 연루자들을 계속 체포할 것이라고 2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