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칠레 비오비오주 산타후아나 지역 산불 현장
남미 칠레가 서울 면적의 5.5배에 달하는 국토를 집어삼킨 화마에 신음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엘메르쿠리오와 라테르세라 등 칠레 매체와 BBC방송 스페인어판 등에 따르면 지난 3일께부터 칠레 중남부 지역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출범한 칠레 국가재난예방대응청(세나프레드·Senafred)은 비오비오주와 라아라우카니아주를 중심으로 번진 화재로 현재까지 24명이 숨지고 6천명에 육박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소실 면적의 경우 서울 면적(605㎢)의 약 5.5배인 3천360㎢로 추산했다.
붕괴되거나 파손된 건물과 주택은 지금까지 1천206채인데, 그중 절반가량(602채)은 비오비오주에 있다고 세나프레드는 전했다.
칠레 정부는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비오비오주, 라아라우카니아주, 뉴블레 지역 등에 비상사태와 함께 대피령을 내리는 한편 28개 마을(커뮤니티)에 대해서는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주민 통행금지를 시행키로 했다.
현재 소방대원은 산악 지형에 접근이 어려워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30도 이상의 고온, 최대풍속 시속 30㎞에 달하는 강풍, 30% 안팎의 습도 등 환경도 불길을 쉽게 잡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은 기상 조건이 좋지 않다며 “칠레에 매우 어려운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펄프와 목재 등 생산을 위해 최근 칠레 중부 지역에 토종 참나무 대신 상대적으로 불에 더 잘 타는 외래종(소나무·유칼립투스) 등이 대거 자리를 차지한 것도 한 원인이라고 BBC 스페인어판은 지적했다.
마누엘 몬살베 칠레 내무부 차관도 “지금까지 323건의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중 180여건은 진압됐고, 90여건은 통제 불능 상태에 있다”며 50여건은 진화 단계라고 부연했다.
경찰은 이번 화재 경위와 관련, 방화 혐의자 30여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드리고 디아스 비오비오 주지사는 “불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있다”며 화마 뒤에 사람의 손이 있다고 단언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재 피해 지역에서는 생필품 품귀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식수 가격이 2∼3배 뛰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급한대로 다음 주부터 이재민에게 비상지원금을 배분하는 한편 임시 거처를 제공하고 세금 감면 등 조처를 시행할 예정이다.
칠레에서는 고온건조한 날씨를 보이는 이맘때인 여름철에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2017년 1∼2월에도 대형 화재로 서울 면적 10배가량이 잿더미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