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성조기를 불태우는 사람들을 수사·기소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성조기 소각 행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성조기를 태우는 행위가 “이전에 본 적 없는 수준의 폭동을 선동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무부에 성조기 소각 행위자들을 재물 손괴, 공공질서 문란, 방조 또는 교사, 지역 개방 화기 규제와 같은 혐의로 적극적으로 기소하도록 지시했다. 기존의 연방대법원 판례상 성조기 소각 자체를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만큼 다른 법 조항을 적용해 우회 기소할 방법을 찾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기를 태우면 1년 징역형을 받고 전과 기록에 남을 것”이라며 “여러분들은 국기 소각이 즉시 중단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성조기를 소각한 사람은 외국인의 경우 비자, 거주 허가, 귀화 절차 및 기타 이민 혜택이 취소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추방까지 당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날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1989년 대법원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1989년 성조기 소각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 대상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의 제기 소송 지시는 당시보다 보수 성향이 강해진 현재의 대법원이 기존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부터 성조기를 태우면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016년 11월에는 미국 국기를 불태우는 행위가 용납돼선 안 된다며 징역형이나 시민권 박탈과 같은 대가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은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국기를 지켜줘서 감사하다”며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이번 행정명령이 성조기 소각 전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임박한 불법 행위를 선동할 가능성이 있거나 ‘시비 언어'(fighting words)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
먼저 기존 판례와도 충돌한다.
그레고리 존슨은 1984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성조기를 불태웠다. 텍사스 주법 성조기 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된 그는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1989년 6월 연방대법원은 5대4로 무죄를 선언했다.
A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발생한 성조기 소각 행위가 폭력을 선동하거나 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와 관련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성조기를 불태운 사람들을 기소하더라도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비영리단체 ‘개인의 권리와 표현을 위한 재단’의 수석 고문인 밥 콘-리비어는 “대통령을 포함해 많은 미국인이 성조기 소각 행위를 ‘독특하게 불쾌하고 도발적’이라고 여길지는 몰라도 (헌법으로) 보호된 표현 행위를 기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