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두 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는 엄마를 위로해주던 애교 많던 딸을 하루아침에 잃은 엄마는 눈물로 사랑스러운 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흐느낌만 가득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배 양 어머니는 상실감이 깃든 표정으로 힘없이 인형만 꼭 손에 쥐고 있었다.
딸이 생전에 갖고 놀던 인형에 딸의 온기가 혹시라도 남아있을까, 딸의 작은 흔적이라도 맡아볼 수 있을까 엄마는 무릎을 웅크린 채 인형에 얼굴을 파묻었다.
“모든 것을 이기리.”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찬송가 소리는 구슬프게 빈소에 퍼져나가고 엄마는 몇 마디 따라부르려다가 노래를 잇지 못하고 그저 눈을 꾹 감아버리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이 땅에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예배를 진행하는 목사의 말씀에 소매로 눈물을 닦아낸 배 양 어머니는 옆에서 넋 놓고 앉아 있던 아들의 한 손을 자신의 무릎으로 끌어당겨 두 손으로 감쌌다.
마지막 기도에 바닥을 바라보고 무릎을 꿇은 자세에도 어머니는 인형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소중히 감싸 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예배가 끝나고 활짝 웃고 있는 여동생의 영정 사진을 든 배 양의 오빠가 허탈한 표정으로 발인식장을 향했다.
발인식장 가는 길에도 어머니는 인형을 팔에 안은 채 “우리 딸 어떡해”, “어쩌면 좋아”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내내 눈물을 흘렸다.
영정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딸을 이대로는 보낼 수 없다는 듯 간절한 어머니의 손길은 애꿎은 관만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배 양의 시신을 실은 관이 운구 차량을 향해 이동할 때도 배 양 어머니는 끝까지 관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어머니는 생전에 멀미하던 딸을 생각하며 “우리 딸 멀미해요. 천천히 들어주세요”라는 말을 내뱉으며 오열했다.
눈물을 흘리느라 힘이 빠져버린 배 양 어머니는 운구차에 쉽게 오르지 못 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울면서 차에 올랐다.
9살 배승아 양을 실은 운구차는 순식간에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지난 8일 오후 2시 21분께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만취 상태인 60대 남성이 운전하던 SM5 차량이 도로 경계석을 넘어 인도로 돌진, 길을 걷던 배 양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숨졌다.
60대 운전자는 전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