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 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명절마다 1천만원을 뒷돈으로 건넸다고 증언했다.
유씨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씨의 공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유씨는 정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됐으나 이날은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유씨는 2013년 설과 추석, 2014년 설 명절 무렵 성남시청에 있는 정씨 사무실로 찾아가 1천만원씩 3차례 돈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앞서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씨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한 이 대표 측에 최소 4억 원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유씨는 ‘남욱으로부터 받아서 갖고 있던 돈을 준 것인가’라는 검사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했다.
유씨는 자신이 정씨 옆자리에 앉아 그의 주머니에 돈을 넣으면 정씨가 돈을 빼서 안쪽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이 없을 때는 정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책상 서랍에 직접 돈을 넣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또 2013년 4월 정씨에게 1억원을 건네기로 했으나 돈을 마련하지 못해 9천만원만 주자 정씨가 “돈도 없는 XX들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성남시장실에 폐쇄회로(CC)TV가 있어 뇌물을 받는 게 애초 불가능했다는 정씨 측 주장 역시 반박했다.
그는 “(정 실장이) ‘안 된다. 저거 가짜다. 안에서도 아는 사람 몇 명 없으니 말조심해야 한다’고 말해서 작동이 안 되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검사가 ‘정상 작동하더라도 시장실과 회의실에 있던 CCTV가 정씨의 자리를 비출 수 없지 않으냐’고 묻자 유씨는 “(구조상) 완전히 막혀 있다”고 답했다.
유씨는 아울러 2010년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 준비 당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씨와 함께 10억원의 정치자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대표가) 시장으로 당선되면 제가 개발 사업 등 건설 분야에서 일하기로 했다”며 “그쪽에서 10억정도 만들자고 얘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다만 실제 자금을 만들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유씨는 정씨가 이 대표와 자신을 동일시했다고도 주장했다. 정씨가 2021년 9월 대장동 비리 의혹과 관련해 언론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하자 ‘감히 내 이름을 거론하네. 이러면 이재명을 공격하는 건데’라고 말했다는 게 유씨의 주장이다.
유씨는 2013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이 대표의 수사를 무마해준 적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유씨는 “김만배로부터 ‘수원지검에서 청소용역 업체 관련 이 대표를 수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김씨에게 ‘형이 힘을 좀 써달라, 우리를 빼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이어 “김수남(당시 수원지검장)이 그거를 뺐다고 김만배한테서 들었다”며 “이재명과 김수남이 통화를 했다고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청소업체 특혜 선정 의혹은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 김미희 당시 민주노동당 후보와 야권연대를 이룬 대가로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이 주축이 된 사회적기업 ‘나눔환경’을 청소용역업체로 선정해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나눔환경은 이후 경기동부연합 관련자들이 경영한 회사로 혁명조직(RO)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돼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았다. 경기동부연합은 해산된 통합진보당을 주도했던 정치 세력이다.
이 대표는 나눔환경 특혜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했다가 무고죄로 맞고소당했으나 2015년 서울중앙지검에서 불기소 처분됐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이날 유씨의 증언에 관해 “수원지검장 재직 때 RO 관련 모든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고 이재명 당시 시장에게 어떤 청탁도 받은 바 없다”며 “나눔환경 등 RO 자금줄 사건은 제가 수원지검장을 떠난 뒤에도 계속 수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