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현지시간)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초 예상대로 ‘극우 바람’이 현실화한 가운데 이번 선거 결과가 5개월 남은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유럽의회가 발표한 각국 출구조사에 따르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인구 규모가 큰 주요국에서 강경 우파와 극우 성향 정치세력이 눈에 띄게 의석수를 늘리며 약진했다.
극우 돌풍의 배경으로는 이민자 문제와 환경, 성소수자(LGBTQ+) 등을 둘러싼 이른바 ‘문화 전쟁’의 격화, 인플레이션 심화 등이 꼽힌다.
특히 이민자 문제는 11월 미국 대선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만큼,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나타난 극우 세력의 강세가 미국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비슷한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 세력을 고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의석수를 늘린 유럽의 우파 세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경 통제 강화 등 강경한 이민 정책을 주장하며 유권자들의 반이민 정서를 자극해왔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경이 다시 열리면서 이주민이 급증세를 보이자 강경 우파 세력의 주장에 공감하는 유권자가 늘어났고 이들의 표심이 이번에 극우 돌풍으로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작년 말 한때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수가 하루 1만명 이상에 달하는 등 이민자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남부 국경 봉쇄, 불법 이민자 추방 등 강경한 이민 정책을 펼칠 것을 예고해왔다.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달 4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당분간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해 불법 입국한 이민자에 대해 망명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민자 문제가 대선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강경 정책으로 선회,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무즈타바 라만 유럽 담당 국장은 NYT에 “트럼프가 다가오고 있고 유럽에서 주요한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유럽의회 선거에서 드러난) 프랑스와 독일의 취약점을 감안할 때 유럽이 이러한 위협들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 여당은 모두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하며 선거 후폭풍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