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 대학 캠퍼스에서 친(親)팔레스타인 반전 시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찰이 캠퍼스 내 시위 대응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신중한 기조를 취하고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이를 계기로 촉발한 전국 대규모 시위에서 겪은 경험이 경찰의 시위 대응 전략에 일부 변화를 불러왔다는 평가다.
지난달 18일 컬럼비아대의 기습 농성이 캠퍼스 반전 시위의 불씨를 댕긴 이후 5일 현재 미국 전역 약 50개 캠퍼스에서 체포된 학생 등은 약 2천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시위대에 대한 대규모 진압은 경찰과 일부 시위자 사이의 충돌과 대치로 이어졌고,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시위 진압을 위해 고무탄과 화학 자극제 등을 쓰며 과잉 대응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에 대한 경찰의 접근 방식이 대체로 신중했고 무력 사용에서도 자제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미국의 치안 개선법을 연구하는 단체인 경찰재단의 프랭크 스트라우브는 “동원된 경찰 수는 많았을 수 있지만 시위대를 향한 공격성은 덜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이 시위 진압 방식에서 다른 감수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찰의 절제된 대응 기조는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통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2020년 5월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슬로건의 대규모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한 바 있다.
당시 시위 대부분이 평화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소수 시위자의 폭력 등 불법 행위가 있었지만, 경찰은 이에 대한 섬세한 대응 전략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척 웩슬러 경찰행정연구포럼 전무이사는 당시 경찰은 합법적인 시위자와 폭력을 조장하는 방해꾼을 구별할 수 없었다며 경찰은 일부 시위대의 폭력이 어떻게 확대될지에 대해 준비되지 못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뉴욕 경찰(NYPD)은 과잉 진압을 문제 삼은 집단 소송에 휘말렸고, 1천300만 달러(약 177억원) 이상의 합의금 지급과 시위 대응법의 대폭 개혁을 합의하며 해당 송사를 매듭지은 바 있다.
이런 전례를 의식한듯, 뉴욕 당국은 이번 캠퍼스 반전 시위 대응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논란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지난 달 30일 단행한 컬럼비아대 해밀턴홀의 점거 농성 강제 해산과 관련, 과도한 경찰력은 사용되지 않았다며 경찰의 전략은 “파괴적이고 무질서한 행동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웩슬러는 조지 플로이드 사태는 “경찰이 시위와 시위 폭력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관한 결정적 순간이었다”며 “모든 경찰 간부는 2020년 여름을 기억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시위 대응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표현의 자유와 공공질서 유지라는 가치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펜서 폼비 국립전술장교협회(NTOA) 공공질서 부문 의장은 치안 유지에 있어서 표준적인 모범은 시위자들에게 그들이 규칙을 위반한다면 그들이 표현의 자유의 보호 범위 밖으로 벗어나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라우브는 대학 당국은 학생들의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시위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일부 시위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기도 했다며 “어떤 시위든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하는 지침에 관한 공감대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