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외교·안보 진용에 특별히 ‘예스맨’들을 포진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집권 1기처럼 각료의 반대로 자신의 정책이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우려를 나타내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 인사들을 엄선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각각 국무부 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이 그런 사례다.
트럼프 집권 2기 대외정책의 쌍두마차가 된 두 인사는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노선에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해왔다는 점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매파 성향에 딱 들어맞는다.
나아가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강조해왔으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루비오, 왈츠 의원이 최근 몇 년간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정책 기조에 주파수를 맞추는 노력을 해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유엔주재 대사로 공식 지명한 엘리즈 스테파닉 연방 하원의원(뉴욕) 역시 트럼프의 ‘대선사기’ 주장 등을 열렬히 옹호해온 절대적 충성파로 꼽힌다.
WSJ은 트럼프 당선인의 고문들이 집권 2기에 우선순위 정책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충성심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차단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충성파들이라면 트럼프 당선인이 내놓는 정책에 대안을 제시하거나 예상되는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예스맨’ 인선은 2017~2021년 대통령 재임 당시의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보완책으로 관측된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대통령 재임 당시 각종 외교안보 정책을 두고 각료·보좌관들과 잦은 충돌을 빚었다.
1기 행정부 첫 국방장관이던 제임스 매티스 장군은 시리아 철군 등 문제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대립하다 사임했다.
그 뒤 국방장관에 오른 마크 에스퍼는 충성도 때문에 ‘예스퍼’라는 별명까지 있었으나 인종차별 반대시위 진압에 군대를 동원하겠다는 구상을 말리다가 경질됐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해설자로 활동하다 트럼프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백악관에 합류했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북미 정상회담 등 핵심 현안을 놓고 트럼프와 갈등을 빚다 트위터(현 엑스)로 해임을 통보받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통보하려는 트럼프를 막기 위해 게리 콘 당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관련 서한을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서 몰래 훔쳤다는 일화가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저서 ‘공포:백악관의 트럼프’를 통해 알려진 바도 있다.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가 퇴임 전 아프가니스탄·이라크·시리아·독일 등의 미군 철수를 위한 명령에 서명했다가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의 지적을 받고서야 이를 취소한 적도 있다.
애초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기조에 반대하던 이들은 공화당 내 영향력이 크더라도 집권 2기의 위험 요인으로 평가돼 아예 각료 후보에 오르지도 못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때 발탁한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다시 기용할 뜻이 없다는 점을 최근 분명히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과 헤일리 전 대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중시하는 등 워싱턴의 전통적 주류에 가까운 시각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헤일리 전 대사의 경우,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트럼프 당선인과 경쟁하며 사실상 공화당 내 비(非)트럼프 보수층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외국 전쟁에 대한 개입 자제,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용 분담 확대, 관세 인상 등을 앞세운 무역장벽 강화 등을 주요 대외정책으로 예고해왔다.
미국의 전통적인 정책기조와 어긋나는 이 같은 변화는 절대 충성파 기용에 따라 내부 견제가 느슨해지는 만큼 더 순수하게 집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