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12일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가 시행된 가운데 철강·알루미늄 가격 상승으로 미국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철강과 알루미늄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시사한 구리의 미국 내 가격이 최근 몇 주간 상승세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내 알루미늄 현물 가격은 유럽보다 23%가량 높고, 철강 가격은 40% 정도 높아 관세율 25%를 넘어선 상태다. 미국 내 알루미늄 주괴와 철강 가격은 올해 들어 각각 20%, 30% 넘게 올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대한 50% 관세를 위협했다가 번복하는 과정에서 미국 알루미늄 프리미엄(웃돈)이 급등하기도 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주요 알루미늄 공급국이다.
미 중서부 지역의 알루미늄 거래가가 국제 기준 시세보다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이른바 ‘미 중서부 프리미엄’은 이날 장 초반 10%가량 급등해 1파운드(약 454g)당 45센트에 근접하기도 했다.
이후 42센트 정도로 조정됐지만, 이는 원자재 정보제공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플라츠 자료상으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전 21센트 수준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알루미늄 관세 위협 속에 약 2배로 오른 것이다.
구리에 대한 관세는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미국 내 가격이 유럽보다 10% 정도 높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시행으로 장기적으로 미국 내 알루미늄·철강 생산 증가를 기대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알루미늄·철강 가격이 오르면서 미국 제조업체들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알루미늄을 재료로 캔·창틀·자동차부품 등을 만드는 미국 내 업체들은 관세 예고만으로 이미 비용이 오르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외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자동차부품 업체 관계자는 관세로 미국산 알루미늄 구매를 늘리겠지만 미국산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관세에 따른 철강 가격 상승으로 미국 원유 관련 업체들의 비용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들 기업은 원유 시추·생산·유지보수와 관련된 주요 장비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유정용 강관 등 관련 장비에 들어가는 철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고객사들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알루미늄 생산업계는 관세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낮은 가격에 수입되는 외국산 알루미늄과 경쟁해왔는데 외국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 확보는 물론 국내 생산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 알루미늄업체 관계자는 “관세 면제가 없으면 우리는 싸울 기회가 있다”면서 지난 5년간 멕시코산 저가 제품 등의 영향으로 미국산 알루미늄 압출성형 제품 매출이 40% 급감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관세를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올해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목표가를 6,500에서 6,200으로 하향 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