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매끄럽지 않은 ‘관세 드라이브’로 인해 한국의 수출 전략산업인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직접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호관세 면제’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는 마침표를 찍었지만,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가 “머지않아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이날 주말 골프 라운딩을 마친 직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도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제외된 품목이 “다른 관세 상자(bucket)로 옮겨지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밤 미 관세국경보호국(CBP)이 스마트폰, 컴퓨터 등 특정 물품을 상호관세에서 제외한다고 공지하면서 불거진 혼란을 직접 정리한 것이다.
이들 품목은 상호관세에서 제외하되, 이미 별도 관세가 적용되는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과 마찬가지로 ‘반도체’라는 별도의 범주로 품목별 관세 대상에 넣겠다는 취지다.
앞서 CBP의 공지가 스마트폰 등에 대한 관세 면제로 해석되면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데 주력해 온 빅테크 기업들에만 혜택을 주는, 자의적이고 허구적인 관세 정책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관세 정책의 후퇴가 아니라며 일관성은 지켜낸 셈이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빈 곳’이 많아 어떤 형태로 실현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관세의 수준은 중국에 부과된 상호관세 125%보다는 낮으리라는 것만이 확실하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 회견에서 반도체 관세에 대해 “일부 기업들에는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과도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율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같은 반도체 관련 업종이더라도 기업에 따라 영향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반도체가 주력 산업인 한국으로서는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 외교 채널을 동원해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기업 등이 예외나 차등 관세율을 받아내기 위한 로비의 창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많은 경영자가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로 몰려들었고, 취임식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꼬집었다.
시행 시기 역시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에서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을 다음 주 내로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같은 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ABC뉴스 인터뷰에서 “그 제품들은 상호관세를 면제받지만, 아마 한두 달 내로 나올 반도체 관세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 사이에 적게는 몇 주, 많게는 몇 달의 시차가 있다.

따라서 더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는다면 반도체 관세의 범위와 시기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장의 극심한 혼란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1일 CBP 공지에서 관세 예외를 적용받은 품목의 연간 미국 수입액 규모는 지난해 3천900억 달러(약 550조원)에 달했다.
로이터는 국가별 상호관세 90일 유예(9일), CBP의 제외 품목 공지(11일) 등이 이어진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로 인해 월스트리트에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의 변동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의 하락 폭이 10%를 넘는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관세는 명확한 목표를 두고 사용할 때 유용한 도구이지만,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그저 혼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