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미국 조선업의 재건을 도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한국 조선업계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중국 해양 패권 저지가 궁극적 목적인 만큼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중국과 1∼2위를 다투는 한국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특히 고율의 상호관세 등으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이 유독 조선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국내 조선업계도 이에 맞춰 공격적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러한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우리는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많이 뒤처져 있다. 예전엔 하루에 한 척의 배를 만들곤 했지만, 사실상 지금은 1년에 한 척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도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가장 먼저 한국 조선업에 협력을 요청했고, 미국 의회도 이에 발맞춰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선박법),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등을 발의하며 힘을 보탰다.
선박법은 미국 선적 상선을 10년 내 250척으로 늘려 ‘전략상선단’을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은 한국과 같은 미국 동맹이 자국 조선소에서 미국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게 허용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이같이 ‘SOS’를 치고 있는 것은 현재 미국 사정이 매우 급하기 때문이다.
한때 선박 건조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았던 미국은 현재 현지 조선소 20여곳에 발주된 상선 수주잔고(남은 건조량)가 29척에 불과할 정도로 건조역량이 후퇴한 상태다.
특히 이러한 건조역량 후퇴는 해군력 약화로 이어졌는데 이 빈자리를 중국이 차지하면서 미국의 우려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해군은 향후 30년간 364척 구매에 1조750억달러(1천600조원)를 투입할 계획을 세웠고, 이러한 계획에 동참할 동맹국으로는 세계 1위 건조역량을 지닌 한국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빅3’ 조선업체인 HD현대와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미국과의 협력을 추진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헌팅턴 잉걸스와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향후 공동 건조 등에 나설 것을 합의했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국 중남부 미시시피주에서 있는 미국 최대 수상함 건조 조선소인 잉걸스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조선소는 미국 해군이 최근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 물량의 3분의 2를 건조하는 등 대형 상륙함 및 경비함 전량을 만들고 있는데 해외 조선소와 MOU를 체결한 것은 HD현대가 처음이다.
HD현대는 미국 현지 인재 육성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HD현대는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장관의 요청으로 지난해 7월 미국 미시간대학교, 서울대학교와 함께 ‘조선산업 인재육성을 위한 교육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아울러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지난달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HD현대는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국내 최초로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 향후 5년간 미국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의 지원함 뿐 아니라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전투함에 대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입찰 참여 자격을 확보했다. 또 올해 2∼3척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과의 협력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업체다.
한화오션은 올해 초 국내 조선업체 최초로 미국 현지 조선소인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는 1997년 설립 이후 미국 내 연안 운송용 상선 건조를 전문으로 하며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2000년 이후 미국 존스법이 적용되는 대형 상선의 50%를 공급한 바 있다.
특히 미국 교통부 해사청(MARAD)의 다목적 훈련함(NSMV) 건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상선뿐만 아니라 해저 암석 설치선, 관공선,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에서도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 선급협회 ABS와 ‘무탄소 선박 개발을 위한 해양 기술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아울러 미국 에너지 인프라 전문기업인 CB&I와 육상용 화물창 기술을 선박에 적용하기 위한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은 국내 최초로 미국 해군 함정 MRO 수주한 이력도 있다.
한화오션은 작년 7월 미국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한 이후 국내 최초로 미군 해군 함정인 ‘월리쉬라호’ MRO 사업을 수주했고, 이어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호의 MRO 사업도 따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