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경선 직후 기자들과 만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미 대선에서 여성의 낙태권이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공화당 후보로 낙점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19일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방송 WA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낙태가 금지돼야 할 임신주수에 대해 “우리는 (그런) 시간을 제시할 것이고, 아마도 그 문제에서 나라 전체를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낙태금지) 주수에 대해서 현재 사람들은 15주를 찬성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측면에서 생각하고 있다. 이건 매우 합리적인 걸로 드러날 것”이라면서 “심지어 강경파들마저도 동의할 만큼 15주는 사람들이 동의하는 숫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정부 주도로 미국 50개 주 전체에서 임신 15주 이후 낙태 금지를 추진하는 데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난 수년간 모든 이들, 양측의 모든 법률학자가 동의한 건 이것이 주(州)의 사안이란 것이다. 이건 연방정부 사안이 돼선 안 되며 주의 사안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각 주정부와 주의회가 지역 주민들의 뜻을 토대로 결정할 사안이지 중앙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란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낙태시술이 가능한 임신주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달 초 보수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낙태를 금지해야 할 임신주수를 묻는 말에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나는 점점 더 15주에 대해서 듣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나는 어떤 숫자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았으며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후 임신 15주 이후 낙태금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굳혔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으로 재임하면서 연방대법원을 ‘6대3’ 보수 우위로 재편한 덕분에 2022년 임신 6개월 전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할 수 있었다며 이를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워 왔다.
하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정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같은 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들은 예상 밖의 고전을 겪었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도전을 본격화한 이후 낙태 문제와 관련해선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왔다.
최근 시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대부분은 임신 초기 낙태시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낙태가 허용돼야 할 기간으로 15주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등 혐의와 관련해 ‘재임 중 행위 면책 특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52쪽 분량의 서류를 이날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출했다.
연방대법원은 내달 2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 특권 주장과 관련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이다.
트럼프 측은 대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면책 특권을 인정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4건의 형사기소를 기각할 것을 주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항소법원으로 사건을 환송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이 경우 이 사건과 관련한 재판은 미 대선일인 11월 5일 이후로 밀릴 것이 확실시된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 모닝컨설트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번 대선의 향방을 가를 7개 경합주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선고를 받을 경우 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