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아탈 새 프랑스 총리
공화국 역사상 최초 공개 동성애 총리…마크롱 신임 높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9일 ‘젊은 피’ 가브리엘 아탈 현 교육부 장관을 신임 총리로 임명했다.
올해 34세인 아탈 장관이 총리직에 오르면서 1984년 37세에 임명된 로랑 파비우스 총리의 기록을 깨고 제5공화국 최연소 총리가 됐다. 공화국 역사상 최초의 공개 동성애자 총리이기도 하다.
1989년생인 아탈 총리는 어릴 때부터 정치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다.
학창 시절 ‘최초 고용계약법’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2006년엔 중도 좌파 사회당에 입당했다. 이후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 캠프를 돕기도 했다.
명문 파리 정치대학(시앙스포) 출신인 그는 2012년 마리솔 투레인 당시 보건부 장관 밑에서 연설문 작성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정부 내 첫 직책이었다.
2014년엔 지역 시의원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한다.
2016년까지 사회당 당원이던 그는 이후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전진하는공화국(LREM)에 합류하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정치 이력을 쌓는다.
2018년 당 대변인을 지냈고, 그해 10월 29세에 교육담당 국무장관에 오른다. 이 역시 최연소 기록이다.
2020년 7월엔 마크롱 대통령의 ‘입’인 정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고,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뒤인 2022년 5월 공공 회계 장관, 지난해 7월엔 교육부 장관직을 맡았다.
아탈 새 총리는 5개월여의 교육부 장관 임기 동안 프랑스 교육 혁신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우선 지난해 9월 새 학기 시작에 맞춰 정교분리 원칙을 강조하며 이슬람 의상인 ‘아바야(긴 드레스)’의 교내 착용을 금지했다.
또 학생들의 절제력 부족, 규율 위반 등의 문제를 바로잡겠다며 올해부터 일부 공립 학교를 중심으로 교복 착용도 시도한다.
프랑스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떨어진다는 진단 아래 저학년생들의 읽기, 쓰기, 산수 능력을 강화하는 대책도 내놨다.
아탈 새 총리는 이런 시도를 통해 학교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자 했다. 여론의 반응도 좋아 최근 공개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현 마크롱 정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관으로 꼽히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신임도 높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0일 저녁 프랑스5 방송에 출연해 “그는 학교 시스템의 수장으로서 좋은 일을 하고 있으며, 우리가 2017년부터 구축하려 노력해 온 것의 연속성 속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제가 추진하는 국가 재무장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는 당신의 에너지와 헌신을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 2기 초반 정부를 이끈 엘리자베트 보른 전 총리는 전날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보른 전 총리는 여론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연금 개혁법을 밀어붙이며 수십차례 사퇴 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연말 국회를 통과한 이민법 개정안을 두고는 정부 내 균열까지 생겨 입지가 더 좁아졌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일련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론의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자 총리 교체 등 개각을 통해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