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일보 독자의 육필 편지
한반도 밖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글신문인 ‘고려일보’의 창간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회가 카자흐스탄에서 개막했다.
고려일보사와 카자흐스탄국립도서관은 27일(현지시간) 알마티에 있는 카자흐스탄국립도서관 특별전시실에서 100주년 기념 기획전시 ‘선봉, 레닌기치, 고려일보의 100년’ 막을 올렸다.
이날 개막식에는 신유리 카자흐스탄고려인협회장과 박내천 주알마티총영사를 비롯해 카자흐스탄내 소수민족신문사 주필들과 고려일보의 원로기자들이 초청됐다.
전시를 주관한 오스빠노바 바크트쟈말 카자흐스탄국립도서관장은 “고려인의 기억과 역사를 담고 있는 고려일보의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고려일보의 업적을 적은 기념패를 김콘스탄틴 총주필에게 증정했다.
바크트쟈말 관장은 “강제이주 후 어려운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려일보는 2차대전 소식과 꼴호즈(집단농장)의 모습, 카자흐스탄의 독립과정까지 세밀히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신유리 고려인협회장은 “100년 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삼월일일’이라는 이름으로 창간된 이 신문은 고려인 역사에 있어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면서 “일제의 압제를 거부하고 조선의 독립을 세계만방에 선포한 3·1운동 4주년인 1923년 3월 1일에 창간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이후에도 신문발행은 이어져 고려인들의 고난과 영광의 역사를 함께 하며 오늘 영광스러운 100주년을 맞이했다”고 강조했다.
김 콘스탄틴 총주필은 “전세계 어디에나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있지만 100년 동안 신문발행을 이어온 곳은 없다”면서 “우리의 말과 문화를 보존, 발전시키기 위해 애쓴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고려인 사회의 원로를 대표한 박이반(93) 박사는 “이 신문이 100년을 이어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할 때 한글활자를 가져와 신문 발행을 가능케 한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라는 말로 100주년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1923년 3월 1일에 창간된 고려일보의 전신 ‘삼월일일’의 창간호 영인본과 소련 당국이 민족간 화합에 기여한 공로로 고려일보에 수여한 훈장, 1937년에 발행된 ‘선봉’ 신문, ‘레닌기치’와 ‘고려일보’ 신문 원본, 소련시절 기자증, 기록 사진들이 전시됐다.
고려일보는 1923년 3월 1일 ‘삼월일일’이라는 제호로 창간되어 ‘선봉’이라는 이름으로 발행되다가 강제이주 후 ‘레닌의 영도’라는 의미를 지닌 ‘레닌기치’라는 제호로 고려인들의 생활상, 농업기술, 소련의 국가정책, 국제소식 등을 전해왔다. 이 신문은 문예면을 통해 한글문학이 면면히 이어져 오는 데에도 기여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정책으로 1991년 ‘고려일보’로 이름을 바꾼 후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신문으로 지위를 바꿨으나 곧 이은 소련 해체와 카자흐스탄의 독립, 시장경제 체제로의 급격한 전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 1월 1일 부터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가 발행처 겸 운영 주체를 맡았고, 카자흐스탄 정부와 재외동포재단도 일부 지원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3월 6일까지 진행되며, 관람은 무료이다.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와 고려일보사는 24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전체 언론사를 대상으로 ‘고려일보 100주년의 해’ 선포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카자흐스탄과 한국에서 연중 다양한 기념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고려인들이 강제이주로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오는 10월에는 알마티에서 100주년 공식 기념행사를 연다. 한국에서는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100주년 기념식을 치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