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너무 즐겁지는 않지만, 그냥 혼자 있는 감정 상태에 사람들이 외로움이라고 딱지를 붙이니까. 이게 외로운 거구나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봐요.”
예술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김가영(57·가명)씨의 말이다. 그는 이혼 후 혼자 살았다. 주변에서 혼자 살 때의 외로움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외롭다고 느낀 순간은 “혼자 사는 지금보다 이혼 전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그는 혼자 있고 싶을 때와 관계를 맺고 싶을 때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서 더욱 좋다고 했다.
김씨처럼 이혼 후 혼자 살거나 여러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사는 가구, 즉 1인 가구는 이제 우리 사회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21년 기준 전체 가구의 33.4%에 달해 ‘정상 가족’이라 불리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29.3%)보다 많았다. 10집 중 3집은 1인 가구인 셈이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쓴 ‘에이징 솔로'(동아시아)는 1인 가구, 그중에서도 40~64세의 중년 솔로 여성의 삶에 주목한 책이다. 그는 중년 솔로 여성 19명을 만나 외로움과 친밀감, 가족과 우정, 세제와 주거, 노후, 죽음 등 ‘혼삶'(혼자사는 삶)을 구성하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책에 그 내용을 담았다.
여성들이 비혼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자기 삶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서 결혼하지 않거나 원래 결혼에 관심이 없거나, 어쩌다 보니 결혼하지 않게 됐다고 그들은 말했다. 가부장제와 제도로서의 결혼에 대한 반감이 비혼으로 이어졌다는 답변도 있었다. 이처럼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저자가 만난 ‘에이징 솔로’들은 중년에 이른 자신의 혼삶에 대체로 만족했다. 그들은 “인맥과 네트워크에 목매지 않고, 나에게 소중한 관계에 집중한다”, “살면서 가졌던 기회 중 70~80%는 비혼이어서 가진 것 같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홀가분한 선택이 가능하다” 등 여러 장점을 언급했다.
물론 혼자 사는 삶의 단점도 많았다. 특히 주거와 돌봄 문제에서 단점이 두드러졌다. 정부의 주택공급제도는 결혼 여부와 자녀 수를 기준으로 가점을 매기기에 1인 가구는 청약 등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병원에서는 여전히 보호자로서 원가족의 동행을 요구하고, 직장에서는 친한 사람을 돌보고 싶어도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돌봄 휴가를 낼 수 없다. 저자는 복지의 단위를 ‘가족’이 아닌 ‘개인’으로 전환할 시기가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여러 통계자료를 활용해 결혼제도를 선택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 증가하는 흐름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단언하면서 이제는 비혼, 결혼 등 다양한 방식의 삶을 사회가 받아들여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혼자 살든 둘이 살든 아니면 여럿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든, 자신이 선택한 사람과 다양한 방식으로 맺은 친밀한 관계가 제도적으로 인정받고 서로 돌볼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미래 가족의 모습이 되는 걸 보고 싶다.”
3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