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홍역 퇴치를 선포한 미국에서 올해 홍역 확진 판정자가 급증해 25년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발표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인용해 전날까지 1천288명이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서 이는 홍역 퇴치 선언 후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2019년(1천274건) 사례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미국에서는 지난 1월 텍사스주 메노파교(기독교의 한 분파)에서 홍역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로 뉴멕시코주, 오클라호마주 등으로 퍼지며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38개 주에서 홍역 확진자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미국 내 홍역 확산이 끝날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NYT는 미국이 1년 이상 홍역 발생이 지속하지 않을 때만 얻을 수 있는 홍역 퇴치 지위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며, 전문가들이 백신 접종률이 개선되지 않으면 홍역 발생이 ‘뉴노멀’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CDC는 올해 미국 홍역 확진 판정자 중 92%가 백신 미접종자였으며, 홍역 확진판정 아동 1천 가운데 1∼2명은 사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백신 미접종 아동 2명과 성인 1명이 홍역으로 사망했는데 이는 10년간 미국에서 홍역으로 목숨을 잃은 첫 사례다.
미국은 2019년 홍역 환자가 쏟아지자 공격적으로 백신 의무화 정책을 펼쳐 가까스로 홍역 퇴치 지위 탈락을 면한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백신 접종률이 낮아져 홍역 확산세를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홍역 확산을 막으려면 MMR(홍역-볼거리-풍진) 백신 접종률이 95%는 되어야 하는데, 미국 2023-2024 학기 유치원 재학 아동의 93%만 MMR 백신을 맞았다. 올해 미국 홍역 발생의 중심지인 텍사스주 게인스 카운티의 경우 MRR 접종률은 82%에 그쳤다.
NYT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의 홍역 발생 경시와 입증되지 않은 치료법 발언 등으로도 보건당국의 홍역 발병 억제 노력이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 회의론자’인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지난 3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홍역의 원인이 영양 부족이라고 주장하면서 대구 간유처럼 비타민A가 풍부한 식이 보조제 등을 활용한 대체 치료법 임상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