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50대 여성이 3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린 사실이 고려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선처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58)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0일 오전 4시 30분께 인천시 강화군 자택 안방에서 잠을 자던 남편 B(61)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후 겁을 먹고 스스로 112에 신고했고, B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A씨는 결혼 후 자주 때리고 행패를 부린 B씨와 2000년께 이혼했으나 3년 뒤 재결합하고도 계속해서 가정폭력을 당했다.
B씨는 사건 발생 전날 밤에도 큰딸에게 “너 왜 자꾸 집에 오느냐”며 물건을 집어 던지면서 욕설을 했고, A씨에게는 “애들을 어떻게 죽이는지 보라”며 협박했다.
법원은 A씨가 오랜 기간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린 피해자인 점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 않고 선처했다.
재판부는 “살인이 미수에 그쳤더라도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흉기로 찌른 부위가 목과 흉부 주변인 점을 고려하면 자칫 피해자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30년간 가정폭력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직전에도 남편이 자녀를 해코지할 것 같은 언행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은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범행 동기와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는 데다 범행 직후 직접 112에 신고해 자수했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