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유산’ 특별전서 실물 첫선…보물 ‘일통청화공’ 함께 전시
21일 국립합창단 공연에도 등장…”숭고한 정신 함께 기억하길”
광복 8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순국을 앞두고 굳은 의지를 담아 쓴 글씨가 처음 공개된다.
주식회사 태인은 이달 12일부터 10월 12일까지 서울 덕수궁 돈덕전에서 열리는 ‘빛을 담은 항일유산’ 특별전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 ‘녹죽'(綠竹·푸른 대나무)을 선보인다고 6일 밝혔다.
유묵은 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을 뜻한다. 안 의사가 남긴 ‘녹죽’ 실물이 대중 앞에 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태인 측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정신을 문화예술과 역사 유산을 통해 함께 기리고자 전시를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녹죽’ 유묵은 최근 경매를 통해 그 존재가 알려졌다.
일본의 한 소장자가 소유하고 있었던 이 유묵은 올해 4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딸인 구혜정 여사가 9억4천만원에 낙찰받았다.
힘 있고 기개가 넘치는 글씨는 예부터 구전돼 온 오언시집 ‘추구'(推句)에 나오는 구절을 쓴 것으로, 안 의사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중근의사숭모회 이사로 활동하며 안 의사와 관련한 우표, 엽서 등을 찾아 기증해 온 이상현 태인 대표가 어머니인 구혜정 여사를 도와 유묵을 품에 안았다.

국가유산청이 주최하는 특별전에서는 ‘녹죽’과 함께 안중근 의사의 또 다른 유묵 ‘일통청화공'(日通淸話公)도 소개할 예정이다.
흰 비단에 먹으로 쓴 ‘일통청화공’ 유묵은 중국 뤼순(旅順) 감옥에 투옥 중이던 1910년 일본인 간수 과장 기요타(淸田)에게 써준 것으로 전한다.
본문 왼쪽에는 ‘경술삼월 여순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 삼가 절하다'(庚戌三月 於旅順獄中 大韓國人 安重根 謹拜)라고 썼고 아래에 손바닥 도장인 장인(掌印)을 남겼다.
안 의사의 정신이 깃든 역사적 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2022년 보물로 지정됐다.

‘일통청화공’ 유묵은 구 여사의 배우자인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이 2017년 경매에서 낙찰받은 것이다. ‘일통청화공’에 이어 ‘녹죽’까지 부부가 안 의사의 유묵 2점을 소장하고 있다.
두 유묵은 근대기 항일유산을 통해 독립운동의 서사를 조명하는 특별전에서 주요 전시품으로 소개된다.
전시가 열리는 동안 ‘녹죽’ 유묵은 특별한 외출에 나선다.
유묵은 국립합창단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달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연주회 ‘뮤지컬 영웅, 국립합창단과 만나다’에서 깜짝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