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사재기에 가격 담합도…송유관 폐쇄에 각종 규제 해제
조지아·플로리나·노스캐롤라이나 등 동남부 ‘비상사태’ 선포
미국 최대 송유관 업체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해킹으로 빚어진 개솔린 부족 현상으로 한인 운전자들도 주유소를 순회하며 ‘개솔린 사냥’에 나서고 있다.
코스트코 주유소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개솔린 가격 비교사이트인 개스버디의 검색엔진(링크)을 이용하면 편리하게 주변의 개솔린 판매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검색창에 도시명이나 ZIP 코드 등을 입력하면 지역 주유소의 개솔린 보유 여부 및 가격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유소 이름과 주소 밑에 있는 아이콘에는 오픈 여부와 개솔린 및 디젤 보유 여부가 표시돼 있다. 12일 새벽 현재 한인 거주지역인 둘루스 30096 지역에서 개솔린을 보유하고 있는 주유소는 플레즌힐 로드의 CITGO 주유소와 둘루스 하이웨이의 셰브론, 뷰포드 하이웨이의 쉘 주유소 등 3곳 뿐이다.
한편 연방 정부와 주정부는 유류 부족과 관련해 각종 비상조치를 선포하고 있다. 연방 환경보호청(EPA)은 11일 ‘휘발유 증기압 제한'(RVP)에 대한 완화 조치를 알라배마, 델라웨어, 조지아, 플로리다 일부,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등으로 확대하고 기한도 31일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EPA는 성명에서 “법에 따라 단기간 환경 규제를 해제하는 게 공익에도 부합한다”며 “연료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규제 완화도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EPA는 에너지부와 함께 다른 조치도 강구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와 함께 교통부는 9일 휘발유와 디젤, 항공연료를 포함한 정유 제품을 운송하는 트럭 운전사에는 초과 근무를 허용하도록 했다.
한편 조지아주와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는 석유 부족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11일 긴급 행정명령을 통해 “오는 15일까지 차량용 연료에 대한 주세 부과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켐프 주지사는 또한 개솔린 수송트럭의 적재량 한도를 높이고 업소간 개솔린 가격 담합을 금지하는 조치도 함께 발효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이날 “사이버 공격 이후 미칠 파장과 우리 주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라며 “연료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석유를 운반하는 탱크 크기와 무게 규제를 풀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남부 지역에서는 휘발유 부족 사태를 우려한 사재기 움직임까지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애틀랜타의 주유소 가운데 20%는 미리 연료를 채우려는 운전자들이 몰려들면서 재고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와 버지니아, 조지아의 주유소 가운데 5∼8% 역시 판매할 석유가 바닥난 것으로 전해졌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11일 이 상황은 일시적인 것이라면서 이번 주 내로 송유관 운송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연방정부는 연료 사재기나 가격 담합에 경고하고 나섰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주말까지 송유관이 실질적으로 가동될 거라는 점에서 휘발유를 사재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유소 업주들에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면서 “우리는 가격 담합을 그냥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운전자들은 줄을 지어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고 여분의 통까지 가져와 채웠다. 가뜩이나 메모리얼데이(31일) 주간부터 비공식적으로 여름 여행철이 시작되어 휘발유 값이 오를 수 있는데 이번 사태까지 더해져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주말 교통부는 가장 송유관 폐쇄 피해가 큰 18개 주의 경유, 휘발유, 비행기 연료를 실은 유조선 운전자들에 대한 운행 제한시간을 완화했다. 도시 지역에는 휘발유의 환경 오염 정도를 낮추는 첨가물인 MTBE의 사용이 요구되는데 이도 미국 동부 3개 주와 워싱턴DC 등에서 일시 폐지했다. 이제는 운송규칙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백악관은 10일 성명에서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킹을 당한 후 휘발유 공급 부족 사태를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