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NFL ‘1등 키커’ 구영회 선수를 만나다

[8일 애틀랜타 팰컨스 트레이닝 센터에서 구영회 선수.]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 ‘풋볼’. 전국 풋볼 리그(NFL)엔 유일한 아시아계 선수가 있다.  바로 한국계 구영회(29)이다. 풋볼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2020 시즌 필드골 성공률 94.9%로 프로볼(올스타)에 선정됐고, 현시점 ‘NFL 리그 역사상 가장 정확한 키커’로 불리며 애틀랜타 팰컨스(Atlanta Falcons)에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구영회 선수를 10일 조지아주 플라워리 브랜치 애틀랜타 팰컨스 트레이닝 센터에서 만났다.

매일 오전 2시간씩 있는 트레이닝을 마치고 라커룸에서 만난 구영회 선수는 한국말이 유창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저지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본인을 “애틀랜타 팰컨스, 구영회”라고 소개하며 “키커는 킥오프나 필드골, 엑스트라 포인트에서 골을 넣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키커는 공격팀이나 수비팀에 해당되지 않는 전문 포지션으로 공수가 바뀔 때 공을 멀리 보내 상대팀 공격을 불리하게 하거나(킥오프), 필드골로 3점, 엑스트라 포인트로 1점을 득점할 수 있어 키커 의존도가 높은 팀이라면 성패를 가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구 선수는 성공률이 매우 낮은 절묘한 전술인 ‘온사이드 킥’에도 능하다.

구영회 선수는 인터뷰 시점 이번 시즌 160번의 필드골 기회 중 144번을 성공해 내며 NFL 전체 성공률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지금 컨디션이 좋고, 여태껏 잘해왔지만 (시즌 종료까지) 두 게임이 남아있어서 시즌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선수는 어렸을 적 초등학교 축구팀에 속해 있었고 중학교 때 미국에서 풋볼을 접했다. “축구를 했다고 하니 친구들이 킥오프처럼 ‘공 좀 차보라’고 했다”며 “처음엔 공격, 수비 가리지 않고 몸을 부딪치면서 하는 게 재밌어서 시작했는데 축구를 했다보니 킥하는 게 자연스러웠다”며 키커를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키커는 멘탈이 강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킥을 차는 독무대가 주어지면 그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틀랜타 팰컨스 아서 스미스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키커는 어려운 포지션이지만 구영회의 태도와 마음가짐은 대단하다. 항상 자신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설자들은 구 선수를 두고 ‘ICE MAN’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는 멘탈 관리법에 대해서 “처음에 NFL에 들어왔을 땐 그런 걸 몰랐지만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명상이나 호흡법을 연습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즌 오프 때는 리프팅, 러닝을 병행하며 체력을 기르고 컨디션을 조절하고, 시즌이 시작되면 킥 연습에 집중한다. 팀 트레이닝 센터에서도 연습하고, 스와니에 있는 퍼스널 트레이너와도 연습한다. 킥은 지금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NFL 24년 경력의 ‘존 카니’에게 많이 배웠다. 특별히 컨디션 관리하는 건 없고, 팀에 영양사와 코치들이 다 준비해 주기 때문에 프로그램만 잘 따라가는 편이다”고 말했다.

 

 

NFL 유일한 아시아계 선수로 겪은 차별이나 거친 문화에 대한 고충을 물어봤지만 오히려 “선수들의 문화적 배경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자랐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며 “다 함께 팀으로서 우승하기 위해 뭉친다”고 말했다.

한인 풋볼 팬들은 NFL에서 활약하는 구 선수를 두고 ‘풋볼계의 박지성, 손흥민’이라고 자랑스럽게 부르기도 한다. 이런 반응을 전하자 구 선수는 “어렸을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동하는 박지성 선수 팬이었다”며 “아직은 아니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KOO YOUNG HOE 라는 풀네임을 계속해서 쓰는 이유는 “미국에 왔을 때 아버지께서 ‘그러지 말자’고 해서 바꾸지 않았다. 당연히 발음이 어렵다. 여기선 ‘회(hoe)’ 발음이 안된다. 대신 ‘Young’이라고 부르거나 ‘Koo’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12일 샌디 스프링스의 자선 행사에서 구영회 선수.]

 

구영회 선수는 조지아 서던 대학교에서 4년간 풋볼팀에서 활약했다. 졸업 후 LA 차져스, AAF의 애틀랜타 레전즈를 거쳐 2019년 다시 NFL에 입성하며 조지아로 돌아왔다.

“처음엔 대학교를 졸업하고 LA로 갔는데 다시 애틀랜타로 돌아오게 되어서 좋다. 대학교도 여기서 나왔고 이젠 조지아가 홈(home)으로 느껴진다”며 한국 음식을 즐겨 먹고, 그중에서도 “코리안 바베큐를 자주 간다. 선수들도 함께 가서 먹고 식사 내기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구영회 선수가 속한 애틀랜타 팰컨스는 정규 시즌 종료까지 4번의 경기(12월 17일, 24일, 31일, 1월 7일)를 앞두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경기는 홈구장인 애틀랜타의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구 선수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국인에겐 아직 풋볼이 낯설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구 선수는 “아직 한국에선 풋볼이 인기가 없어서 저로 인해서 관심을 가지는 한국 사람들을 위해서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교민들에겐 “한국에선 풋볼이 축구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한국인으로서 자라면서 풋볼을 볼때 ‘NFL에 한국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지금 그 입장이 됐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끔 열심히 할테니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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