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틀랜타 연쇄 총격살해사건의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의 체포 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 가까이 지났지만 수사당국은 총격범에 대한 증오범죄를 입증하지 못한 채 그 적용 여부를 아직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지아주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은 2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지난 16일 사건 직후 체포돼 현재 구속수감 중인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이 악의적 살인(malice murder)과 가중폭행(aggravated assault)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조지아주 형법에서 악의적 살인은 사람을 죽일 의도로 미리 계획을 갖고서 타인의 목숨을 빼앗았을 경우에 적용된다.
애틀랜타 경찰은 사건 발생 하루만인 지난 17일에 이미 롱에 대해 8건의 살인 및 가중폭행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기겠다고 밝혔는데, 증오범죄 혐의 추가 적용 여부 등과 관련, 수사에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도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 안팎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은 이날 성명에서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더이상의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프랭크 레이놀즈 보안관은 “우리의 초점은 이 악랄한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를 위해 검사에게 제출할 모든 사실과 증거들이 확실히 확보되도록 하는 것”이라고만 밝혔다.
지난 16일 애틀랜타 근교 체로키 카운티의 마사지숍 한 곳과 애틀랜타 시내의 스파 두 곳에서 발생한 이번 연쇄 총격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특히 총격이 가해진 장소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업소들이라는 점, 희생된 8명 중 4명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한인사회는 물론 미 아시아계 커뮤니티 전체에 큰 충격을 줬다.
애틀랜타 경찰은 사건 발생 하루만인 17일 총격범 롱에 대해 8건의 살인 및 가중폭행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히고 사건 동기와 관련해서는 그가 성 중독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인종적 동기에 의한 증오범죄 가능성을 애초에 배제하려 한 것이다.
이에 수사당국이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애틀랜타 경찰은 18일 다시 기자회견을 열어 증오범죄 기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방수사국(FBI)까지 수사에 참여해 범행 동기를 놓고 증오범죄를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연방 및 지방 수사 당국 모두 증거 확보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도 지난주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이 인종적 동기로 인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 연방 법률에 따르면 검찰은 증오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희생자들이 인종·성별·종교·국적·성적지향 같은 특정 요인 때문에 표적이 됐다거나, 용의자가 헌법이나 연방 법으로 보장되는 행위를 위반했다는 점을 규명해야 한다.
AP통신에 따르면 조지아주의 증오범죄법은 독립적인 증오범죄를 규정하지 않는 대신 범죄자가 다른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때 가중 처벌을 허용한다.
법은 피해자의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 국가, 성별, 성적 지향, 젠더, 정신적· 신체적 장애가 범행 동기인 경우 특정 범죄에 추가 처벌을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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