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온 배터리 공장
미 공화당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세액공제 조기 종료를 추진하면서 이 법에 따른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아온 한국 배터리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 공화당 의원들은 12일 공개한 세제 법안 초안에서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2027년에 폐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세액공제 시한을 당초 2032년 말에서 2026년 말로 앞당겼다.
특히 2026 과세연도에 구매한 전기차의 경우 생산 업체가 2009년 말부터 2025년 말까지 미국에서 판매한 전기차가 20만대를 넘으면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실질적으로 세액공제가 올해 종료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세액공제 조기 종료 영향으로 전기차 수요가 더욱 위축되면 배터리 업계도 영향권에 놓인다.
미국 내 전기차 보급 확산이 억제되면서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이 장기화하고 배터리 업황 반등 시점이 지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법안에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직접 수혜를 본 AMPC는 큰 틀에서 유지하되,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시기를 1년 앞당기는 내용도 담겼다.
원래 세액공제 금액을 단계적으로 줄여 2033년 초부터 폐지하기로 했는데, 공화당 법안은 2031년 말까지만 유지하도록 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일찌감치 배터리 주요 시장인 미국에 공격적인 투자를 집 행한 결과 AMPC 혜택을 받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각각 완성차업체와의 합작 법인 또는 단독 공장 형태로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며 신규 공장도 활발하게 짓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는 가운데 AMPC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은 3천747억원으로, AMPC 금액 4천577억원을 제외하면 830억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SDI는 1천94억원, SK온은 1천708억원을 각각 1분기 AMPC 혜택으로 받아 적자를 축소했다.
즉 지금 같은 업황 둔화 국면이 길어지면 AMPC 조기 종료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업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다만 법안은 AMPC에 공급망 관련 조건을 부과해 한국 기업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중국 기업의 수혜를 막고자 ‘금지된 외국 단체'(prohibited foreign entities)으로부터 지원받는 생산품은 세액공제를 못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원 세입위에서 발의한 이번 법안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며, 상원에서도 동일한 절차를 거쳐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IRA를 전기차 의무화 정책이라고 거세게 비판해왔으며, 이번 법안도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공약을 실현하려는 취지다.
그러나 의회에서 법안 통과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본다.
IRA에 따른 세액공제로 경제적 혜택을 보는 ‘IRA 수혜주’의 연방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공화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해온 IRA 전면 폐기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21명은 지난 3월 하원 세입위의 공화당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IRA 청정에너지 세액공제의 존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배터리 공장이 들어선 지역이 대부분 공화당 지역이고, 한국 업체들이 해당 지역에서 많은 투자를 벌이고 공장마다 수천 명씩 고용했다”며 “현지에서도 이런 부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