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대결 속 마지막 토론 될 수도 있어…양측 모두 ‘패하면 끝’ 인식
해리스, 5일간 ‘모의토론’ 특훈…트럼프 몰아붙여 ‘존재감 각인’ 나설 듯
트럼프, 정책토론 집중하며 대비…해리스 공세에 맞서 통제력 유지가 관건
오는 11월 5일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가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간 TV 토론을 하루 남긴 9일(현지시간) 두 후보는 막바지 준비에 매진했다.
두 후보가 처음으로 맞붙는 이번 TV 토론은 향후 미국 대선 캠페인의 판세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선일까지 정확히 55일을 남긴 시점에서 열리는 데다, 양측이 추가 토론을 합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사실상 이번 토론이 두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최상의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알릴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어서다.
최근까지 전국 단위뿐 아니라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오락가락하며 ‘초박빙 접전’ 양상으로 선거 판도가 흐르고 있어 두 후보 모두 이번 TV 토론에 배수진을 치고 결전의 각오로 임하는 양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월 첫 토론에서 자멸한 이후 대선후보 자진 사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듯이 여기서 패하면 다시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타’로 대선판에 발을 들인 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5일부터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호텔에 머물면서 그야말로 ‘특훈’을 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토론 현장과 비슷한 무대에 조명을 설치한 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스타일의 정장을 입은 대역까지 등장시키고 모의 토론 훈련을 벌였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닷새간 고도로 연출된 토론 준비 세션을 가졌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등판 이후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대선후보로 확정된 해리스 부통령은 그동안 지지율에서 상승 모멘텀을 탔지만, 최근 들어 주춤한 상태여서 이번 토론이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해야만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2인자로 충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고, 각종 정책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충분히 준비가 됐느냐는 유권자의 의구심도 상당해 이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아울러 노련하고 능수능란한 토론 실력을 자신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을 무기로 삼아 유죄 평결 등 모두 4차례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임을 강조하면서 이번 대선의 핵심 정책 쟁점의 하나인 여성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문제를 두고 상대를 줄기차게 몰아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다혈질’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흥분할 수 있게 최대한 자극하면서 이 틈을 노려 그와 차별화된 정책 구상을 조목조목 유권자들에게 알린다는 구상인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도 피츠버그에서 특훈을 이어간 뒤 오후에야 토론이 열리는 필라델피아로 이동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10일 저녁 토론 시작까지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은 만큼 직전까지 토론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훨씬 여유로운 분위기다.
일단 해리스 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세를 이른 시일 안에 저지하면서 선거 구도를 ‘접전’으로 되돌린 데다 당초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성추문 입막음돈 지급 의혹’ 재판의 형량 선고를 대선 이후로 미루는 등 자신을 꾸준히 괴롭히던 사법 리스크도 거의 모두 잠재운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TV 토론을 앞뒀을 때와 마찬가지로 모의 토론 등 전통적 방식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
해리스 부통령처럼 토론 준비에 ‘올인’하지 않고 지난 주말인 7일에는 경합주인 위스콘신에서 유세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이 열리는 당일인 10일 필라델피아로의 이동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풍부한 토론 경험에 대한 자신감이 녹아 있다. 그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을 거치면서 5차례,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과 1차례 등 이미 총 6차례 대선 토론 경험을 가졌다.
대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책 세션’을 통해 토론을 대비해왔다. 대선 캠프 고문과 보좌관들로부터 정책 브리핑을 듣고, 이들에게 가끔 질문을 던지면서 ‘정답’을 습득하는 형식이다.
2020년 대선 토론 당시 과도하게 상대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중간에 끊고 끼어들어 비방으로 일관하면서 토론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책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토론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토론에서도 과거와 달리 절제된 모습으로 정책에 집중한 결과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도 이런 전략을 택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이 4차례의 형사기소와 한 차례 유죄평결 등 사법리스크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자극할 경우 얼마만큼 자기 통제력을 유지하며 토론에 임할 수 있을지가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 및 인플레이션 문제, 불법 이민자 문제 등을 주로 거론할 전망이다.
이들 문제가 미국 유권자들로부터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로 꼽혀온 만큼 자신의 차별화된 정책을 소개하면서 바이든 행정부, 특히 해리스 부통령의 실정을 부각하는 전략인 셈이다.
이번 토론은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미 동부시간으로 10일 오후 9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ABC 방송 주최로 진행된다. 세부 규칙은 지난 6월 ‘바이든-트럼프’ 토론 때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