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이 팬데믹”, “혐오를 멈춰라” 팻말 들고 시위하는 미국 워싱턴주 시민들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 할머니를 겨냥한 ‘묻지마 폭행’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현지언론은 이 사건을 중대한 혐오범죄로 지목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뉴욕 화이트플레인스 경찰은 83세 한국계 미국인 여성에게 침을 뱉고 주먹질을 한 혐의로 글렌모어 넴버드(40)를 지난 11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넴버드는 지난 9일 쇼핑가를 방문한 피해자를 뚜렷한 이유가 관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갑자기 폭행했다.
공격을 받은 피해자는 머리를 땅에 찧고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이미 넴버드가 도망친 뒤였다.
경찰은 넴버드가 노숙인이며, 적어도 네 차례 경찰에 붙잡혔던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넴버드는 2급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징역 7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피해자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노드스트롬 백화점 근처에서 공병과 캔을 수거하고 있었으며, 피가 났음에도 치료비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지방 검사인 미리암 로카는 인종차별 혐오범죄 혐의점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로카는 “혐오 범죄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면서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혐오 범죄를 보게 되면 신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WP는 이번 사건을 두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표적으로 삼은 폭력이 미국 전역에서 빈발하는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온 중요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학 소속 연구소인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 범죄는 작년에 전년 대비 149%나 증가했다.
뉴욕시에서 보고된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 혐오 범죄는 작년 28건으로 2019년(3건)보다 크게 늘었다.
미국 전체적으로는 인종 혐오 범죄가 약 7% 감소했다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계를 향한 공격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상황이 이처럼 흉흉해지자 다양성 강화를 정책 목표로 내걸고 있는 미국 정부도 아시아계 차별을 규탄하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동양계 미국인을 노린 악랄한 증오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미국답지 않은 일이다. 즉각 중단돼야 한다”라고 지난 11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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