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인종차별적입니다” 출판사의 경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초판본

팬맥밀란, 새 판본 서두 ‘트리거 워닝’에서 독자에 주의 당부

퓰리처상을 수상한 대작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인종차별적 내용으로 독자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다고 작품의 출판사가 직접 경고하고 나섰다.

1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출판사 팬맥밀란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최신판 서두에 ‘트리거 워닝’을 실었다.

트리거 워닝은 작품에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고 미리 이용자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일종의 경고문이다.

이 경고문에서 출판사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문제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 역사의 충격적이던 시절, 노예제의 공포를 낭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용납할 수 없는 관행, 인종차별적이거나 편견에 가득한 묘사가 담겼고, 주제와 캐릭터 표현, 언어, 이미지 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처를 주거나, 정말로 해로운 구절·어휘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경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팬맥밀란은 원전에서 그 어떤 표현도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출판사는 “오늘날의 세계를 반영해 본문을 바꾸는 것은 원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본문 전체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작품 내의 캐릭터 표현이나 내용, 언어를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출판사는 이 경고문 뒤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백인 우월적 요소를 설명하는 논문 형식의 글까지 추가했다.

이 논문은 백인 여성작가 필리파 그레고리가 썼다. 팬맥밀란은 주류 백인 작가에게 백인우월주의 설명 글을 맡긴 데 대해 “소수자 출신 작가에게 ‘주류층을 일깨우는’ 감정 노동을 주문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문 저자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인종차별을 옹호하고, 백인우월주의를 미화·설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프리카 출신은 백인과 다른 종이라고 명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이 거짓말이 소설을 망쳐놓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또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이른바 ‘잃어버린 대의론’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려 했다고도 평론했다.

잃어버린 대의란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옹호한 미국 남부연합의 대의가 정당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1936년 처음 출간된 장편소설로 여성 작가 마거릿 미첼이 쓴 소설로 미국 남북전쟁 전후 시기를 다룬다.

남북전쟁은 노예제를 옹호하는 남부연합과 폐지를 주장하는 북부 연방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이다.

소설은 남부 플랜테이션 소유주의 딸 스칼렛 오하라가 북부의 침공으로 안위를 위협받으면서 생기는 인생 역정과 레트 버틀러와의 로맨스 등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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