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뉴질랜드, 20여년 만의 대폭 인상 단행
미 연준도 5월 빅스텝 ‘기정사실’…향후 ‘몇차례 더하나’가 초점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통상적인 인상 폭보다 더 많이 올리는 ‘빅스텝’ 행보에 연이어 나서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0%로 0.5%포인트 올렸다.
추가 인상도 예고했다. 티프 매클럼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내수를 완화하고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2%로 유지하려면 기준금리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인 2∼3%까지 오를 것을 예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립 금리는 경제 활동을 둔화시키지도 촉진하지도 않는 수준의 금리를 말한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또한 이달 25일부터 대차대조표 축소를 시작하기로 했다.
앞서 2020년 캐나다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역대 처음으로 시장에서 국채 등을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폴 애슈워스 이코노미스트는 캐나다 중앙은행의 행보를 두고 “완전 매파(통화긴축적) 모드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강력 대응을 천명한 것은 캐나다의 물가 수준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7%로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이 5.3%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중앙은행 물가 목표치인 2%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앞서 이날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도 22년 만에 처음으로 빅스텝 인상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를 종전 1.0%에서 1.5%로 0.5%포인트 올린 것이다.
RBNZ는 지난해 10월 7년여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시작해 이번까지 4번의 정례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올렸다. 이 기간 기준금리 인상 폭은 1.25%포인트에 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다음 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이와 유사한 조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연준 인사들이 빅스텝 인상 필요성을 잇달아 언급하고 있어 5월 0.5%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이 됐고, 이후 얼마나 더 빅스텝을 밟을 것인지가 시장의 관심 사항이다.
이날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미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5월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을 지지하고 6월과 7월 회의에서 추가적인 빅스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볼커 모멘트’에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에 충격을 주려는 시도는 가치가 없다고 본다”고 말하며 1980년대식 충격 요법과 선을 그었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1980년대 초 연준을 이끌 당시 한 번에 기준금리를 4%포인트 인상하는 등의 초매파적 통화정책으로 고공 행진하던 물가를 잡아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명성을 떨쳤다.
월러 이사는 볼커 전 의장은 6∼7년간 누적된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했지만, 지금의 연준은 단지 지난해 초부터 시작한 인플레이션과 씨름하고 있다며 ‘볼커식’ 충격 요법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까지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 이상으로 가길 원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중립에 근접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중립 금리는 2.25∼2.5%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올해 말까지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향후 통화정책에서 2번의 빅스텝이 필요하다.
연준의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준) 총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3.5%까지 인상돼야 한다며 더 강력한 주문을 했다.
기준금리가 그의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남은 6번의 통화정책 회의 전부에서 0.5%포인트 인상이 있어야 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지표가 또 나왔다.
미 노동부는 3월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작년 동월 대비 11.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승률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또한 생산자물가는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4개월째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