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백악관 비우겠다고 명시적으로 말하기는 처음”
대선 불복 유지하면서도 정권이양·퇴임준비 착수
조지아주 결선투표 지원도…’퇴임 후 영향력 유지’ 풀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백악관 취재진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내달 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배하면 백악관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선거인단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선출하는 것은 ‘실수’라며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태도는 여전했지만, 백악관 주인 자리를 넘기겠다는 의사를 표명해 승복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그가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백악관을 떠날 것이라고 보좌진이 말해온 지는 오래됐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대선 결과 승복에 가장 가까운 발언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출구를 향해 조금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날 발언은 (여태까지 발언 가운데) 대선 패배를 받아들이는 가장 가까운 발언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선이 ‘사기 선거’였다며 정권 이양에 나서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참모진과 연방총무청(GSA)에 정권 인수인계 협조를 지시하면서 태도를 바꿨다.
이에 GSA는 지난 23일 바이든을 공식 당선인으로 확정했고, 정권 인수인계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미국 언론에서는 백악관 비밀경호국(SS)이 트럼프 대통령 퇴임 후 거주할 곳에 경호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와중에도 정권 인수인계와 퇴임 준비는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의 이런 태도 변화는 ‘퇴임 후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출을 위한 내년 1월 5일 결선투표와 관련해 현장 지원 유세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이후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5일 조지아주를 방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공화당 인사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이전에는 조지아주 결선투표에 관심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관심 없던 선거’에 지원 유세를 나서기로 한 것이다.
조지아주는 트럼프 대통령 측 요청으로 수작업 재검표까지 벌인 끝에 지난 20일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했다.
연방 상원의원 2석이 걸린 조지아주 결선투표는 상원을 어느 당이 장악하느냐 하는 문제가 걸려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공화당은 1석만 가져와도 상원 다수당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2석을 모두 민주당에 내줄 경우 양당 의석수가 같아지면서 주도권을 민주당에 내줄 공산이 커진다. 민주당 소속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종료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 민주당의 새 어젠더를 막을 수 있도록 (조지아주 결선투표에서) 공화당 상원들이 자리를 지키도록 도와 자신의 업적을 부풀릴 수 있다고 여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뒤 대선을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9일 익명의 관계자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에게 2024년 대선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WP는 “보좌진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 출마를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고 말한다”면서 다만 이날은 올해 대선에만 집중해 발언했다고 설명했다.
‘차기’를 생각한다면 대선 결과 불복은 유지하더라도 정권 이양에는 나서는 ‘출구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 끝까지 고집만 부렸다간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선에 직접 출마하지 않더라도 ‘막후’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출구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에서 졌지만, 완패는 아니었다”면서 그의 득표수가 바이든 당선인에 이어 역대 두 번째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매체는 “(공화당 내에서) 2024년 대선을 노리는 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서는 태도로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밖에서 당의 경로를 정하는 권력을 휘두르는 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