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파 멀로니 의원 설득…2020년 한미동맹 결의안 채택 때도 역할
미 연방 하원에 22일(현지시간) 제출된 김치의 날 제정 결의안에는 뉴욕에 위치한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이 ‘서포터’로 적시됐다.
결의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 김민선 관장의 역할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정치적 배려였다.
김 관장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후보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가한 뉴욕주(州) 광역대의원 61명 중 유일한 아시아계 대의원이었다.
이화여대 기악과를 졸업하고 1983년 미국에 유학온 김 관장은 이후 40년 가까이 구축한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한국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2020년에는 뉴욕이 지역구인 톰 스워지 하원의원을 설득해 연방하원에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을 제출하도록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국과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체결하지 못하는 등 양국 관계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자 평소 친분이 있는 스워지 의원에게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결의안을 추진하도록 적극적으로 권고한 것이다.
또한 김 관장은 지난해 8월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급 차질 문제가 불거지자 백악관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멀로니 의원에게 한국의 상황을 설명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국과의 백신 스와프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제안했다.
당시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백악관에 발송된 멀로니 의원의 서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군에 55만 명 분의 백신을 지원한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관장이 김치의 날 결의안을 제안하기로 한 것은 최근 캘리포니아와 버지니아, 뉴욕이 주(州) 차원에서 김치의 날을 기념일로 선포하는 등 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김 관장은 평소 친분이 깊은 멀로니 의원에게 김치의 날 결의안을 제출하라고 설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가 급증한 상황에서 미국 연방 의회가 한국의 소울푸드인 김치를 인정한다면 한인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격려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역설했다.
김 관장의 설득에 멀로니 의원도 동의했고, 이후 일사천리로 결의안이 마련됐다.
결의안에 동참한 톰 스워지와 그레이스 멩 의원도 김 관장과 가까운 정치인들이다.
김 관장은 “미국의 일반 가정의 식탁에도 한국의 소울푸드인 김치가 올라가고, 식당에서도 김치가 들어간 다양한 메뉴가 전파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문화가 미국에 전파되는 것”이라고 결의안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김 관장은 “앞으로도 재외동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아름다운 한국 문화와 예술을 미국 주류사회에 알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