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무법천지 ‘다리엔갭’…콜롬비아-파나마 사이 열대우림
미국에 망명하겠다는 일념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인 ‘다리엔 갭’을 통과하려고 시도하는 중국인들이 최근 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리엔 갭은 콜롬비아 북쪽, 파나마 남쪽에 위치한 열대우림 지역으로, 산과 늪과 급류와 밀림, 독거미와 독사, 폭우와 홍수 등 자연환경만으로도 매우 위험한 곳이다.
게다가 사실상 치안이 부재한 무법천지이며 도로도 없는 상황에서 약 110km를 가로질러야 한다. 난민과 여행객을 노리는 무장강도와 밀수범, 마약조직, 인신매매조직도 흔하다.
미국행을 희망하며 이 오지에 발을 딛는 아이티인과 베네수엘라인, 쿠바인들의 사연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런 행렬에 가담하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가디언이 인용한 파나마 정부 자료에 따르면 콜롬비아에서 다리엔 갭을 거쳐 파나마에 도착한 중국 국적자는 작년 상반기를 통틀어 약 400명이었다.
이 경로를 여행한 중국 국적자의 수는 작년 11월과 12월에 각각 377명과 695명으로 증가했고, 올해 1월에는 913명으로 최다 기록을 세웠다.
가디언이 인용한 국제이주기구(IOM)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다리엔 갭을 통과한 913명은 2010년 이래 이 곳을 지나간 중국인들 중 28%에 해당한다.
파나마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이런 경로를 여행한 사람들을 국적별로 따지면 중국이 4위에 해당했다.
가디언은 목숨을 걸고 다리엔 갭을 통과해 미국으로 가려는 중국인들이 늘어난 이유를 가혹한 코로나 봉쇄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폭압적 통치에서 찾았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출국 요건을 완화한 것을 계기로, 작년 12월과 올해 1월 다리엔 갭을 통과하는 위험한 여행을 하려는 중국인들이 증가했다는 게 이 신문의 설명이다.
이 길을 가려고 시도하는 중국인들은 주로 텔레그램 그룹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중국 국적자들이 가장 흔히 택하는 방법은 일단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거쳐 에콰도르에 도착하는 것이다. 에콰도르는 중국 국적자를 무비자로 입국시켜 주는 몇 안 되는 남미 국가 중 하나다.
그 후 버스로 콜롬비아로 가서 유명한 관광지이자 교통의 요지인 네코클리에 닿은 후 본격적인 다리엔 갭 여정을 준비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이들은 다리엔 갭을 통과한 후에는 파나마에서 여러 중미 국가들을 거쳐 멕시코와 미국 사이의 국경에 도착해 미국 입국을 노린다.
가디언은 이런 여행을 하려고 마음먹었거나 이미 이런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중국인들을 여러 명 인터뷰했다.
그 중 ‘장’이라는 성을 가진 28세 남성은 베네수엘라인 4명과 중국인 2명과 함께 작년 9월말 다리엔 갭에 들어간 직후부터 폭우와 홍수로 소지품을 잃어버리고 죽을 뻔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다리엔 갭을 통과한 후 중미를 거쳐 멕시코-미국 국경에 도착했고, 51일간 구금된 상태로 있다가 인터뷰를 거쳐 미국으로 입국했다. 그는 하와이의 중식당에 불법으로 일하면서 난민 인정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가디언에 “그저 평온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라며 “미국도 이상적인 곳은 아니지만 내가 나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