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 산다는 33세 여성이 5년 전 데이팅앱을 통해 만난 남성과 결정적으로 틀어지게 된 계기라며 털어놓은 내용이다.
상대방을 적으로 보는 극단의 정치가 일상화하면서 미국 남녀들이 짝을 찾는 과정에서조차 ‘정치적 성향’이 갈수록 중요한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네바다 대학의 커플·가족상담 전문가인 바이다 카즐라우스카이테 조교수는 남녀가 데이트 중 정치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시점이 빨라졌고 만남을 이어갈지를 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그저 (과거보다) 정치에 더 몰입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은 (정치가) 더 중요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행위는 데이트가 그대로 끝장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 연구단체 ‘미국인의 삶 조사 센터'(SCAL)의 대니얼 콕스 국장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정말로 데이트를 망칠 사안이랄 것이 극히 적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는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더힐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미국의) 데이트 문화에서 폭넓은 변화를 목도해 왔다”면서 “정치가 갈수록 데이트 성공에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고, 특히 여성이 그런 경향이 강하다”고 짚었다.
이런 경향은 앞서 진행된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업 유고브가 2020년 미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6%가 “최근 몇 년 사이 반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과 데이트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답했다.
같은해 유고브 단독으로 진행한 별개의 여론조사에서는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과 데이트할 의사가 없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39%에 육박했으며, 여성의 경우 이렇게 응답한 비율이 44%로 남성(34%)보다 10%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의 배경으로는 2018년 전세계를 뜨겁게 달군 미투 운동과 2022년 낙태할 권리를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례를 공식 폐기한 미 연방대법원 결정 등이 꼽힌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미국의 젊은 여성들이 과거보다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입장을 갖게 된 반면, 미국 남성들은 그런 변화를 겪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심리학부 소속 임상조교수 알렉산드라 솔로몬은 “정치적인 무언가는 동시에 개인적인 것이며, 거시적 사건은 미시적인 것들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의 젊은 여성들은 가까운 친구나 지인들 사이에서 생각과 흥미가 비슷하고 동일한 정치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콕스 국장은 전했다.
그는 “많은 젊은 여성들은 먼저 친구가 됐을 때 오랫동안 함께 할 사람을 찾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여기에는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더욱 견고하고 안정적인 기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