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4년간의 백악관 생활을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불복과 의회 난동사태 조장, 후임 취임식 불참 등 그 어느 때보다 분열된 미국 사회를 남겨둔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는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이 취임한 이날 정오부터 재임 중 처음으로 하원으로부터 탄핵당한 대통령이란 오명을 가진 자연인 신분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8시 20분께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을 타고 출발해 인근 메릴랜드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로 향했다.
코트에 붉은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은 헬기 탑승 전 취재진을 향해 “(미 대통령 재임은) 일생의 영광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집”이라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성취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앤드루스 기지 활주로에는 붉은 카펫이 깔렸고, 21발의 예포가 발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가진 환송행사 연설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항상 여러분을 위해 싸우겠다”라고도 했다.
전날 동영상 연설과 마찬가지로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다. 또 자신의 업적을 스스로 치하하면서 가족을 향해서는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모른다. 그들은 더 쉬운 삶을 살 수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송별 행사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인과 측근, 전직 행정부 관리 등이 초청됐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느라 불참했다.
트럼프는 이날 정오 의사당에서 열린 바이든의 제46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후임자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대통령은 1869년 앤드루 존슨 이후 152년 만이다. 존슨 전 대통령 역시 트럼프처럼 하원으로부터 탄핵당했었다.
취임식에 불참하고 군 기지에서 셀프 환송식을 한 대통령은 트럼프가 최초다.
일반적으로 퇴임 대통령은 후임 취임식에 참석한 뒤 워싱턴DC를 떠나기에 예우상 제공되는 대통령 전용헬기와 항공기의 이름은 이그제큐티브원, 특별임무기로 각각 불린다. 하지만 트럼프는 바이든이 취임하기 전에는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기 때문에 전용기 이름을 그대로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떠나기 전 바이든 대통령에게 편지를 남겼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후임에게 덕담과 당부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집무실에 있는 대통령 책상인 ‘결단의 책상’에 남기는 것은 백악관의 전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편지를 남기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전통은 지켜졌다.
멜라니아 여사도 질 바이든 여사에게 편지를 남겼다고 CNN은 보도했다.
행사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손을 흔들었고, 비행기는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시각 활주로를 이륙해 플로리다로 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