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성추문·낙태권 쟁점화…트럼프, 말끝마다 ‘불법이민’으로 응수
트럼프, 특유의 거짓·과장 주장 섞어 맹공…바이든, ‘거짓말’ 반박에도 고전
고령 공방 속 바이든 “당신이 호구, 실패자” vs 트럼프 “바이든도 대통령 물러나면 기소”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27일(현지시간) 진행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차 TV 토론은 상대를 ‘최악의 대통령’으로 규정한 양측의 맥락 없는 인신공격이 주를 이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질문마다 남부국경의 불법이민 문제를 부각하며 특유의 거짓 또는 과장 주장을 섞어 바이든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 ‘호구’ 등 비속어를 써가며 비난했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핵심 쟁점으로 꼽힌 선거 결과 승복 여부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정하다면 승복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고,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 약점인 고령 논란에 대해 일부 업적을 강조하면서도 선명한 메시지는 미처 전달하지 못했다.
악수도 없이 토론장에 등장한 두 사람은 경제 문제부터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돌연 “내 집권 시보다 바이든 정부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며 “전세계가 더이상 미국을 존중하지 않는다. 나는 왜 수백만의 사람들이 감옥, 정신병원에서 우리 나라로 몰려오고 있는지 그에게 묻고 싶다”며 불법이민 문제를 거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대선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는 낙태권 폐지와 관련해서도 수많은 여성이 6주 이후 낙태 금지 규정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많은 젊은 여성이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에게 살해당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심지어 “나는 이것을 바이든 이민 범죄라고 부르겠다”면서 “이민자들이 호화로운 호텔에서 자는 동안 참전 용사들은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그가 하는 모든 말은 거짓말”이라며 “트럼프는 참전 용사들을 ‘패배자, 호구’라고 불렀다. 내 아들도 참전용사지만 그는 호구가 아니다. 당신이야말로 패배자, 호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1·6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1만명의 병력 지원을 (당시 국회의장인) 낸시 펠로시에게 제안했지만, 그녀가 이를 거절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가 폭도들을 추동했고, 그들이 감옥에 가면 트럼프는 그들을 풀어주려고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및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의 사법 문제도 양측의 주요 공격 포인트 가운데 하나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아들이 기소된 중죄인이며, 아마도 다른 문제로도 여러 차례 기소될 것”이라며 “바이든 역시 재임 중 일로 기소된 중죄인이 될 수 있다. 조는 그가 재임 중 한 모든 일로 기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어떤 잘못된 일이라도 했다는 발언은 분노스럽다. 이는 간단히 말해 거짓말”이라며 “우리 역사상 어떤 대통령도 이렇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으며, 당신은 여전히 기소 상태다. 당신은 부인이 임신한 상태에서 포르노 스타와 잤다”고 규탄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포르노 스타와 자지 않았다”며 “우리는 뉴욕에서 매우 끔찍한 판사와 검사를 만났고 그들은 모두 민주당원”이라며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정적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규정했다.
두 대통령은 “당신이야말로 최악의 대통령”(트럼프), “159명의 대통령학자들이 뽑은 최악의 대통령”(바이든) 등의 비난을 이어갔다.
각각 1942년생(81세)과 1946년생(78세)으로 역대 최고령인 두 사람의 나이 문제도 또 다른 쟁점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고령 우려에 대해 지난 3월 국정연설 당시 연륜에 따른 화합 메시지를 다시 활용하며 “한국에 갔을 당시 삼성전자를 방문해 수십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지중지했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우리는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며 경쟁자를 폄하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두 차례 인지력 검사를 우수하게 통과했지만, 바이든은 하지 않았다”면서 “그가 인지력 검사를 하는 것을 정말로 보고 싶다”고 인지력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이어 “나는 매년 신체 검사도 받고 있다. 골프 대회에서도 최근 두 차례나 우승했다”며 “바이든은 아마도 50야드도 공을 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조롱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만약에 당신이 스스로 골프백을 들고 다닐 수 있다면 골프를 같이 치겠다. 그럴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고, 이어 두 사람은 골프 핸디캡으로 공방을 주고 받으며 “애처럼 굴지 말자”, “당신이 애냐”고 실랑이를 이어가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중국으로부터 돈을 받는 ‘만주 후보'(Manchurian candidate)”라는 막말도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동생 제임스가 중국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부적절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주 출신’이라고 몰아세운 것이다.
헌터와 제임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 부통령이던 시절 중국의 에너지 회사인 CEFC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중국 에너지 회사의 지급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직을 떠난 이후 시작됐고, 이 돈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갔다는 증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토론 말미 선거 결과 승복 문제가 주제로 나오자 양측의 난타전 역시 정점으로 치달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만약 공정하고 자유롭다면…”이라더니 갑자기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다. 바이든은 3차 대전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다. 김정은과 중국의 시진핑, 푸틴은 모두 바이든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네 아니오’로 답해달라는 거듭되는 압박에 “만약 그것이 공정하고 적법한 선거라면 당연히 받아들일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선거 사기와 모든 것들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의 선거 사기 주장에는 어떤 증거도 없다”며 “당신은 투덜이(whiner)이기 때문에, 당신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