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지난달 들어 지갑을 덜 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둔화 조짐과 함께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도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소매 판매는 7천50억달러로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 월간 소매판매가 감소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 만이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2%)보다는 감소 폭이 작았다.
월간 소매 판매 지표는 전체 소비 중 상품 판매 실적을 주로 집계하며,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의 변화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소매 판매는 9월까지 예상 밖 호조를 이어오며 굳건하게 경기를 뒷받침해왔으나 10월 들어선 소비를 압박하는 요인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를 비롯해 가구 등 내구재 판매가 줄었고, 고유가로 차량 운행이 줄면서 휘발유 판매도 감소했다. 백화점 판매액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식료품 지출액은 소폭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와 대출 연체율 증가, 가계 저축 소진, 학자금 대출 상환 개시 등을 이유로 미국 소비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미시간대가 집계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60.4로 전월치(63.8%) 대비 5.3% 하락, 소비심리도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형 소매업체인 타깃도 이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소비 둔화를 언급했다.
타깃의 크리스티나 헤닝턴 최고성장책임자(CGO)는 이날 실적발표에서 “소비자들은 고금리와 학자금 대출 상환 등 새로운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중첩된 경제적 압박의 무게를 느끼면서 (경기가 좋아야 소비가 늘어나는) 임의 소비재의 판매가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10월 들어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데 이어 생산자물가의 상승세도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5% 하락했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0.1%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생산자물가는 전월과 비교해 7월 0.6%, 8월 0.8%, 9월 0.4%(수정치 기준) 오르는 등 몇 달 새 비교적 높은 상승세를 이어왔다.
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3%를 나타냈다.
에너지 가격이 6.5% 줄어들면서 10월 생산자물가 하락을 이끌었다.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2.9% 각각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물가의 선행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전날 발표된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해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를 키웠다.
전날 소비자물가 지표에서 물가 상승 압력 둔화가 확인되면서 연준이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을 사실상 종결지었다는 기대가 커지며 주가가 크게 오르고 국채 금리가 급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