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인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23년간 수감됐다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용의자가 다시 심판대에 선다.
AP통신,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주 항소법원은 28일(현지시간) 피해자 이모 씨의 유족 요구를 받아들여 용의자 아드난 사이드(41)에 대한 유죄 평결을 취소했던 결정을 뒤집고 다시 심리를 열기로 했다.
사이드는 1991년 이 씨를 살해한 뒤 근처 공원에 암매장한 혐의로 기소돼 2000년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작년 9월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이 취소돼 석방됐다.
앞서 유족 이 씨는 유죄평결이 취소되는 중대한 심리에 참석하라는 고지를 충분히 받지 못해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항소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그는 사이드의 유죄평결이 취소되던 심리 때 법원에 직접 나오지 않고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을 통해 예전처럼 심리를 지켜봤다.
이 씨의 변호인인 데이비드 샌퍼드는 항소법원이 향후 절차 준비를 고려해 60일 유예기간을 둔 까닭에 유죄평결이 복원됐다고 사이드가 바로 재수감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유족 변호인 샌퍼드는 “증거가 공개된 법정에 제시되고 법정의 결정이 세상이 지켜볼 수 있는 증거를 토대로 이뤄지는 투명한 심리가 이뤄지도록 항소법원이 하급법원에 지시한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사이드의 변호인 에리카 J. 수터는 유죄평결 복원 결정에 대해 메릴랜드주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터는 “사이드를 유죄평결을 받은 상태로 되돌려 다시 정신적 상처를 줄 근거가 전혀 없다”며 “이 씨에 대한 정의구현을 위해 사이드가 부당한 처우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재심에서 사이드에 대한 유죄평결이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더그 콜버트 메릴랜드 법대 교수는 항소법원이 유족의 권리를 존중했지만 새 심리에서 기존 유죄평결 취소가 뒤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씨 피살 사건은 팟캐스트 프로그램 ‘시리얼'(serial)이 2014년 조명해 세계적인 반향을 얻었다.
언론인 새러 쾨니그가 제작한 논픽션 라디오 드라마인 시리얼은 사이드가 범인이라는 물증이나 목격자가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