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도 효과 없어…온난화 영향으로 개체수 점점 더 늘어”
네바다주 북부의 한 도시에서 ‘모르몬 귀뚜라미’로 불리는 곤충이 떼로 출몰해 집과 도로 등을 뒤덮으면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트위터와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는 최근 네바다주 엘코시 주민들이 올린 모르몬 귀뚜라미 떼의 사진과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모르몬 귀뚜라미 떼가 자기 집 벽과 기둥, 창문 등을 빽빽이 뒤덮은 모습을 틱톡에 올린 콜레트 레이놀즈 씨는 영상에서 “저것들이 말 그대로 사방에 있다”며 “정말 역겹고 소름 끼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동네와 시내 전체에 이런 것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이웃집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고, 우리 병원은 더 심하게 뒤덮여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일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며 “집 전체가 벌레에 휩싸여 밖에 나갈 수가 없다. 어젯밤에는 걱정이 돼서 15분밖에 못 잤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해충 퇴치 전문가를 불러보기도 했지만, 이 곤충들이 서로를 먹는 습성이 있어 사체가 많아질수록 새로운 개체를 더 유인하는 미끼가 되기 때문에 그냥 놔두는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레이놀즈는 “모르몬 귀뚜라미는 매년 우리 마을을 지나갔지만, 우리 집이 이렇게 심하게 공격받은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15년간 이 도시에 살았다는 주민 테드 베라스 씨는 최근 몇 년간 모르몬 귀뚜라미 떼의 출몰이 더 심각해졌다고 NBC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베라스는 “귀뚜라미 떼가 도로를 뒤덮은 상태에서 차들이 그 위를 치고 지나가는데, (도로 위에 달라붙은 사체들이) 도로를 미끄럽게 만들어 위험하다”며 “전에 트럭을 몰고 귀뚜라미 떼가 있는 커브 길을 지나다 미끄러질 뻔했다”고 말했다.
네바다주립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 홈페이지의 ‘모르몬 귀뚜라미에 대한 정의와 관리’ 내용에 따르면 모르몬 귀뚜라미는 사실 귀뚜라미가 아니라 여칫과의 곤충이다. 성체의 크기는 3.8∼5㎝ 정도로, 날지 못하고 땅바닥을 기거나 뛰어다닌다.
‘모르몬 귀뚜라미’라는 이름은 1800년대 유타주에서 모르몬교도들이 정착한 지역에 떼로 나타나 경작지를 망쳤던 사건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미국 언론들은 이 곤충이 건조하고 뜨거운 기후에서 잘 번식하는 습성을 지적하면서 미 서부에서 최근 가뭄과 온난화가 심해짐에 따라 개체 수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네바다주 농림부는 지난 몇 년간 주요 고속도로를 따라 살충제와 곤충 성장 조절제 등 약품을 살포해 왔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곤충은 농작물을 먹어 치워 농민들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개체 수가 많아지면 토양 침식과 수질 악화 등을 일으켜 목초지와 경작지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네바다주립대는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