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초박빙 승수로 치러지는 11월 미 대선을 4개월여 앞두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27일 열리는 첫 대선 TV토론에서 주관사인 CNN 방송이 ‘대박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보도에서 “이 행사는 CNN이 황금시간 대 시청률이 하락하는 와중에 큰 시청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CNN은 황금 시간대 25∼54세 시청사 수가 9만4천명에 불과해 1991년 이후 가장 큰 부진을 겪고 있다.
하지만 대선 토론은 전통적으로 해당 연령대 수백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본다는 점에서 토론 이후 CNN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20∼24일 1천8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0%가 이번 토론의 전체 혹은 일부를 보거나 들을 것이라고 답했다. 토론 후 영상 클립을 보거나 들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비슷한 비율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CNN은 큰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위험도 있다고 WSJ는 짚었다.
WSJ는 CNN이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1기(2017∼2021년) 내내 비판적 논조를 유지해온 전력을 고려할 때 비판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CNN에 대해 거침없이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지난달 미네소타주에서 공화당 주최 만찬 행사에서 이번 토론 공동 진행자인 CNN 간판 앵커 제이크 태퍼를 “가짜뉴스 태퍼”라고 부르며 “그 CNN의 바보를 기억하나”라고 했다.
최근 위스콘신 유세에서는 바이든 대통령뿐 아니라 태퍼와 또 다른 공동 진행자 데이나 배시를 언급하며 “(한 명이 아닌) 세 사람과 토론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4일에는 CNN의 프로그램 진행자 케이시 헌트가 트럼프 캠프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과의 인터뷰 도중 레빗 대변인이 태퍼를 반복적으로 비판하자 갑자기 인터뷰를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마크 톰프슨 CNN 최고경영자(CEO)는 몇 시간 후 열린 회의에서 “이번 주 내내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읽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도 있을 것이며 우리가 읽는 모든 게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하고 전문성을 갖고 토론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CNN은 지난해 5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 대해서는 방어적 태도를 취하고 허위·억지 주장만 늘어놓은 타운홀 행사 방송을 주최했다가 안팎의 비난에 휩싸인 적도 있다. 당시 크리스 닉트 CEO는 취임 한 달 만에 사퇴했다.
WSJ은 “CNN은 진행자 선정뿐 아니라 청중을 두지 않기로 하고 한 후보가 말할 때 상대방의 마이크를 끄기로 하는 등 토론 규칙을 제대로 통제했는지 추가 검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토론 생중계를 동시에 송출하는 다른 방송사들은 CNN의 관련 규정에 대해 “이례적이고 제한적”이라며 CNN에 불만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CNN의 모회사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다른 방송사들에 배포한 약관에서 동시 송출을 하는 방송사는 반드시 CNN 로고가 보이는 전체 화면으로 중계해야 하며, 도중에 토론 중계를 끊거나 광고 시간에 분석 방송을 내보낼 수 없도록 했다.
다른 방송사들은 토론 프로그램명을 ‘CNN 대통령 토론회’라고 언급해야 하며, 모든 프로모션과 광고, 편성표에도 ‘CNN 대통령 토론회 동시 송출’이라고 명기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이날 CNN에 풀 취재단의 자리를 토론 스튜디오에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지만, CNN은 보안 및 공간 문제를 들어 거절했다.
CNN은 토론 스튜디오에 제한된 스틸 사진기자의 출입만 허용했으며, 다른 800명의 기자들은 스튜디오 건너편의 건물에서 토론을 시청해야 한다.
이번 토론에는 청중이 없고 발언 기회가 없는 후보의 마이크가 꺼지는 탓에 현장에 있지 않으면 마이크가 꺼진 후보의 제스처나 발언을 놓칠 수 있고, 이를 CNN 기자들만 볼 수 있다는 점이 경쟁 언론사들의 우려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