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를 덮친 극심한 가뭄에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쇠고기 가격이 급등 조짐을 보인다.
2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축산 농가에선 올해 초부터 사육두수를 급격히 줄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 목장이 몰려 있는 미국 서부에서 3년째 가뭄이 이어지고 일부 지역에선 들불마저 번지면서 소를 방목할 초원 면적이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들판에 자라는 풀을 충분히 먹일 수 없으면 값비싼 가축용 사료를 더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에 시름 하던 미국 축산 농가들은 ‘입을 줄여서’ 사료 비용을 절감해야 할 판이라고 호소했다.
몬태나주에서 4대째 목장을 운영 중인 지니 앨더슨은 최근 몇 달 동안 약 250마리였던 소 가운데 75마리를 처분했다면서 “많은 목장이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 빚을 더 지게 된다면 일부는 몇 년 안에 사업을 접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농무부(USDA)는 건조한 날씨와 운영비용 증가 때문에 2022년 1분기 동안 육우 암소를 예년보다 이른 시점에 도축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올해 하반기와 2023년에 도축할 소가 부족해지면서 내년도 쇠고기 생산량이 7% 감소하고 소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USDA는 전망했다.
미국의 4월 쇠고기 소비자가격은 이미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 올랐다.
WSJ은 안그래도 물가난을 겪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질 것이라면서 버거와 스테이크 등의 가격도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이 이어지는 동안 육류 공급가격을 높여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 대형 육류가공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도니 킹 타이슨푸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년간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앞으로는) 그런 수준을 유지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월마트 미국 법인의 존 퍼너 대표는 식료품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육류와 유제품을 상대적으로 값싼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고르는 경우가 늘었다고 밝혔다.
뉴욕 시내 식품점에서 WSJ 기자를 만난 현지 주민 살 트라이나는 최근 몇 주 사이 식료품 가격이 올라서 쇠고기보다는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을 많이 산다면서 “인플레이션 탓에 이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