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 직전 美의원 등 50여명 연서명…”김대중 등 수감 인사 석방해야”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987년 5월 전두환 당시 한국 대통령의 ‘4·13 호헌’ 조치에 우려를 표명한 미 정치권의 서한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공개한 편지를 보면, 바이든 당선인은 에드워드 케네디 등 당시 동료 의원들과 함께 “우리는 개헌 논의를 금지하고 현행 헌법을 내년 2월로 예상되는 권력 이양의 틀로 유지할 것이라는 당신(전두환)의 4월 13일 선언에 깊이 우려한다”고 썼다.
이어 “당신의 선택은 한국민들에게서 정치적 미래를 토론·선택하고 지도자를 스스로 고를 기회를 빼앗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언론의 자유나 인권 보호, 집회의 자유 등이 필요하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수감되거나 가택연금을 당한 사람들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특히 가택연금 중인 김대중 씨의 사례에 주목한다”고 적었다.
이들은 또한 눈앞에 다가온 88서울올림픽을 두고 “(올림픽과 평화로운 정권 이양이) 한국민들이 정통성이 있다고 보는 정부에 의해 평화롭고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편지에 찍힌 발신일은 5월 21일로 6월 항쟁을 앞둔 긴박한 한국 정세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망명 중 교류한 인사들이 편지에 연서명을 했고 바이든 당선인은 상원의원 14명 등 발신인 50여명 중 두 번째로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편지는 김 전 대통령 망명 시기 비서실장 역할을 한 재미인권운동가가 보관하고 있던 것”이라며 “다만 편지의 초안만 확인된 상태라 실제로 전두환 씨에게 도착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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