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 척, 사업가인 척’ 재미교포가 지역사회 농락

전문직·사업가 “나도 속았다” 제보 이어져

구속된 제니퍼 정, 2018년 광주시 허위투자 주인공

“대학병원에서 의사들과 눈인사하는데 어떻게 안 속아요. 진짜 의사인 줄 알았죠.”

5년 전 광주시를 상대로 가짜 투자 유치 촌극을 주도한 제니퍼 정(49)씨가 전문직들을 상대로 수십억대 사기행각을 벌여 구속됐다.

재미교포로 확인된 정씨가 의사 등을 상대로 43억원 상당의 사기 범행을 저질러 최근 구속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나도 당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정씨를 7년여 전인 2016년께 처음 만났다는 사업가 A씨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자신을 미국 의사이자, 광주의 모 대학병원에 교환교수로 온 재미교포라고 소개했다고 A씨는 전했다.

병원장과 사제 간이라며 친분을 내세웠고, 병원 안에서 만날 때면 지나는 인턴·레지던트들과 인사를 주고받기도 하는 등 진짜 의사처럼 보였다.

자녀의 발달장애(자폐) 치료로 고생하던 A씨는 정씨에게 의지했다.

정씨는 A씨 자녀의 병원 차트를 보고 상담을 해주기도 했고, 자폐증 증상 관련 상담 내용을 미국 의료진으로부터 받았다며 설명해주기도 했다.

그렇게 6년을 알고 지낸 정씨가 올해 7~8월 A씨에게 “자폐 치료법이 미국 유명 교수를 통해 개발됐고, 해당 임상실험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실험 참여를 위해 보증금이 3천900만원 필요하다는 말에 A씨는 정씨에게 돈을 보냈고 다른 자녀의 미국 어학연수도 1천여만원을 주고 부탁했다.

미국으로 갈 시기만 기다리던 A씨는 문득 정씨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제야 정씨에 대해 살펴봤고 정씨의 지난 7년여간 언행 대부분이 ‘그럴듯한 거짓’이란 것을 확인했다.

정씨는 의사도 아니었고, 광주 대학병원 교환 교수는 더더욱 아니었다.

임상실험 참여도 사실과 거짓을 교묘히 섞었고, 어학연수도 주먹구구식이었다.

A씨는 정씨에게 돈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했고, 자신을 믿지 않아 답답하다는 정씨로부터 4천여만원 중 3천여만원을 되돌려 받았다.

나머지 돈도 달라고 독촉하던 차에 정씨는 사기범으로 구속됐다.

경찰은 의사 등 전문직 4명을 속여 43억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받아 가로챈 혐의로 정씨를 구속했다.

정씨는 자신을 글로벌 의료용품 회사 한국 총판 대표로 소개하며,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에게 접근했고 미국 투자이민 영주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위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정씨가 2018년 광주시에 수천억 원 규모의 허위 투자 제안을 했던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의료용품 회사가 3천여억원을 투자해 광주에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는 정씨의 말만 믿고 당시 광주시는 투자 유치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가, 뒤늦게 허위임을 확인했다.

광주시는 정씨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고 그냥 없던 일로 서둘러 마무리했고, 결국 수십억 원 규모의 이번 사기 사건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정씨를 구속 송치한 후 사기 범행에 가담한 가족 등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추가 사기 피해자도 찾아 나설 예정이다.

피해자 A씨는 5일 “저처럼 어학연수 등으로 정씨 측에 돈을 준 이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기상으로 정씨가 경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도 사기 행각을 계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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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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