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 강요미수’ 이동재 前채널A 기자 1심 무죄

법원 “구체적 해악고지 인정안돼…검찰과 구체적으로 연결됐단 인식못줘”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도덕적 비난 마땅…취재행위 처벌은 신중해야”

'취재원 강요미수' 혐의 이동재 전 기자 1심 무죄
‘취재원 강요미수’ 혐의 이동재 전 기자 1심 무죄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7.16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취재원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의 비리 정보를 알려달라고 강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기자와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후배 백모 기자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작년 8월 기소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56)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다섯 차례 보낸 서신의 내용이나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 씨를 세 차례 만나 한 말들이 강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취재를 위한 정보를 제공받을 주체는 언론사 기자인 피고인들이고, 수사나 기소 단계에서 피해자에 대한 처벌권을 행사하는 주체는 신라젠 수사를 담당하던 검찰”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경우 피고인들이 검찰의 행위를 사실상 지배하거나 영향을 미칠 지위에 있는 것으로 믿게 하는 명시적·묵시적 언동을 했거나 신라젠 수사가 피고인들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고 피해자가 인식한 경우에만 직접 해악을 고지한 것과 마찬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렇지 않다면 설령 피해자가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느꼈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가 강요죄에서 말하는 ‘구체적 해악의 고지’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의 서신에 대해 “피고인들이 신라젠 수사 담당 검사에게 영향을 미칠 지위에 있는 것으로 피해자가 믿게 명시적·묵시적 언동을 했다거나 수사가 피고인들 의사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고 피해자가 인식했다고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씨와의 만남을 통한 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들이 전하려 한 메시지의 핵심은 ‘비리 정보를 제공하면 검찰 관계자를 통해 선처받게 도와주겠다’는 것이지 ‘비리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처벌받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녹취록을 보여주거나 녹취파일을 들려준 것은 결국 지씨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며 “이를 해악의 고지로 보면 피해자 대리인의 요구로 피해자를 협박한 셈이 되어 상식과 경험칙에 반하는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기자에게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가 특종 욕심으로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가족 처벌 가능성을 언급하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했고, 선처 가능성을 거론하며 회유하려 했다”며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고 도덕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최후 보루인 만큼 취재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피고인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실과 정의를 쫓는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동재 전 기자,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이동재 전 기자,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 한 채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1.7.16 hwayoung7@yna.co.kr

이 전 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신라젠 관련 혐의로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할 것처럼 위협해 여권 인사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게 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작년 2∼3월 이 전 대표가 수감된 구치소에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고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 씨를 세 차례 만났다.

서신에는 ‘추가 수사로 형이 더해진다면 대표님이 75살에 출소하실지, 80에 나오실지도 모를 일’, ‘가족의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 등이 있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구속 수감된 피해자에게 형사처벌 가능성을 언급하며 검찰에 대해 말하는 것은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며 위법 행위”라며 이 전 기자에게 징역 1년 6개월, 백 기자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반면 이 전 기자는 “공익 목적으로 취재한 것이고 유시민 등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 전 대표의 대리인으로 나선 지씨가 MBC 기자와 미리 함정을 파고 자신에게 접근했다고도 주장했다.

당초 구속기소 됐던 이 전 기자는 구속기간 만료 하루 전인 올해 2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한편 이 사건은 한동훈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언유착 사건’으로도 불렸지만, 검찰은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한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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