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잔→1잔→20잔’ 공무원 200여명 생명 걸고 화재 진압
“한두 잔 마셔, 실수 인정…머리 숙여 도민께 사과”
지난 3월 7일 정부의 일제 강제 동원 피해 배상안을 두둔하면서 자신의 SNS에 올린 “친일파가 되겠다”던 김영환 충북지사가 3월 30일 충북 제천 산불 때 인근 충주시 술자리를 둘러싼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 지사 측 주장이 “물만 마셨다”, “한 잔을 채 마시지 않았다”, “술판을 벌인 것은 아니다”고 바뀌면서 거짓말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박진희 충북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2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복수의 동석자에 따르면 김 지사가 마신 술은 소주와 맥주를 섞은 일명 폭탄주”라며 “마신 술의 양은 족히 20여잔”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시간 소방대원 등 공무원 200여명은 생명을 걸고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는데 김 지사는 참으로 나쁜 도지사”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지사는 산불이 난 와중에 술판을 벌였다면 도지사 자격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산불 상황에서 지사가 술판을 벌이겠느냐”며 “저는 시시각각 비서를 통해 (산불 상황) 보고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언론과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산불이 났는데 본분을 망각하고 술판을 벌였다면 지사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김 지사는 “제 명예를 위해 부득이 사법적 판단을 구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곧 법률가들의 조언을 들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홍창 충북도 대변인도 기자회견을 갖고 “충주 청년들과의 토의는 열띤 분위기에서 1시간 정도 이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 건배가 있었고 도지사도 그 열기에 부응하기 위해 한두 잔 마셨다”고 밝혔다.
이어 “소방관과 공무원, 주민을 생각하면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됐다고 판단한다”며 “실수를 인정하고 사려 깊게 행동하겠다고 다짐하면서 깊이 머리 숙여 도민께 사과한다”고 김 지사의 입장을 전달했다.
다만 “술파티, 술판으로 몰아간 분들이 아닌, 이번 논란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도민께 사과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사가 갔던 술집 주인 A씨는 기자회견장에서 김 지사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A씨는 “김 지사가 행사 후 단체 사진을 찍었는데 20여잔 마셨다면 사진을 찍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참석자 중 한 분이 노래하는 분인데 그분이 먼저 한 후 김 지사에게 한 곡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김 지사가 마지못해 반 곡 정도를 불렀고 한 곡 더 해달라고 하자 짧게 한 소절 정도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