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농민 행세한 공직자·편의 봐주고 태양광업체 대표 된 산업부 공무원
민주당 시장 선거운동 도운 동문, 안경점 운영하다 태양광업체 사장으로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임직원 250여명이 겸직 금지나 가족 신고 의무를 어기고 태양광 발전사업에 종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가 가짜 농업인 행세로 태양광 발전사업 관련 특혜를 받거나, 산업부 공무원이 직접 태양광 업체에 특혜를 주고 재취업한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은 14일 이런 내용이 담긴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업무 연관성이 없는 일부 지자체 공무원 64명도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별로 보면 한전 임직원의 배우자·자녀 등이 신고 없이 태양광 사업을 운영한 경우가 18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47명은 사실상 임직원이 가족 명의를 빌려 본인 사업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의 한 대리급 직원은 배우자·모친·장모 등 명의로 태양광 발전소 6곳을 운영하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업 추진에 유리한 부지를 선점하기도 했다. 이 직원이 올린 매출액은 8억8천여만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에너지공단 전 부이사장도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태양광 발전소 3곳을 운영하며 약 3억원 규모 매출을 올렸다.
소형 태양광 우대 사업에 참여하며 추가 혜택을 노린 가짜 농업인들도 줄줄이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의 ‘한국형 FIT(Feed in Tariff)’ 사업에 참여한 농업인 2만3천994명 중 44%는 제도가 도입된 후 농업인 자격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농업에 종사하던 사람이 아니라 급하게 농업인 자격을 얻은 사람들이 우대 혜택을 받았다는 의미다.
이들 중 851명은 브로커를 통해 위조한 등록서류를 제출하거나, 농업인 자격을 상실한 뒤에도 FIT에 그대로 참여했다.
농업 경영체 등록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본인의 등록 신청을 ‘셀프 접수’하고 한국형 FIT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었다.
2018년 7월 문재인 정부 당시 도입된 한국형 FIT는 소형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제도로, 참여자가 농업인 자격을 증빙하면 추가로 우대 혜택을 준다.
전북 군산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임준 군산시장의 고등학교 동문 A씨를 1천270억원 규모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업체의 대표이사로 선발했다.
지방선거 당시 시장의 선거운동을 도왔던 A씨는 안경점을 운영하며 재생에너지 관련 경력이 전혀 없지만, 군산시는 서류 심사를 생략해 A씨를 면접에 올렸다.
군산시는 이후 면접 심사에서도 후보자 추천 배수를 임의로 늘려 A씨를 최종 후보에 올렸고, 면접 결과 4순위였던 A씨는 결국 업체 대표이사가 됐다.
군산시는 발전설비 설계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시장의 지시를 받고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줬다.
시는 연대보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컨소시엄 2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당초보다 높은 대출금리를 부담하게 됐으며, 이에 따른 손해는 약 115억원 규모로 추정됐다.
산업부는 국내 최대 규모 민간 태양광 발전 사업인 ‘아마데우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의 편의를 봐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업체는 충남 태안군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태안군이 사업용지(초지) 용도 변경에 관한 인허가를 내주지 않자 평소 친분이 있던 산업부 공무원 B씨와 접촉했다.
B씨와 고시 동기 사이인 산업부 담당 과장은 업체 요청에 따라 초지 용도 변경을 위한 유권해석 공문을 내줬다.
관련 유권해석은 산업부 권한이 아니지만, 담당 과장은 상급자인 국장 보고도 거치지 않고 임의로 검토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사이 B씨는 산업부를 퇴직하고 해당 업체 대표이사로 재취업했다.
또 국립대 교수 C씨는 허위 자료로 새만금 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받은 뒤 착공조차 하지 않고 사업권을 5천만달러(약 663억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부는 허위 인허가 방지 규정도 마련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대규모 태양광 사업 인허가·계약과정에서 도덕적 해이 사례가 다수 적발됐고, 이러한 부당 우대로 인한 추가 비용이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