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타격” vs “통합 리더십 부각” 양론
더불어민주당이 3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를 사실상 재론하지 않기로 방향을 잡았다.
“적절한 시기에 대통령께 사면을 건의하겠다”(연합뉴스 신년 인터뷰)는 이낙연 대표의 깜짝 메시지가 여권 내 반발을 불러일으키자 ‘당사자 반성’을 사면의 전제로 달아 출구 찾기에 나선 모양새다.
당원과 지지층의 사면 반대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최고위원들이 사면 건의에 반대 또는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자 이 대표가 “당원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밝히는 선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최고위원 간담회를 소집해 자신의 발언이 국민 통합을 위한 충정의 발로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최고위원은 사면을 위해선 당원은 물론이고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사면은 국민 공감대나 당사자 반성 등이 없으면 안 된다는 데 결국 뜻을 같이 했다”며 “당에선 당분간 이 문제를 논의하지 말자는 쪽으로 정리가 된 것”이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 입장에선 자신의 의도가 당내에서조차 완전하게 수용되지 못한 형국이 됐다. 당장 거대 여당의 대표이자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더구나 주류인 친문과 호남에서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은 이 대표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이대로 사면 논란이 잠복할지는 불투명하다.
여권부터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이날 당내에선 “전두환, 노태우 사면하고 11년 뒤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잃었다”(김용민 의원), “사면은 (여권의) 정치 탄압을 인정하는 것”(김성환 의원) 등의 공개 비판이 줄을 이었다.
당원 게시판과 친여 성향 온라인에선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심지어 이 대표를 윤리규범 위반으로 신고하자는 등의 비난 글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은 야권대로 이 대표 공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중차대한 사면 문제를 던졌다가 당내 반발에 다시 주워 담는 모습이 가관이다. 벌써 레임덕이 온 것이냐”고 말했다.
한켠에선 이 대표가 ‘매를 먼저 맞은 것’, ‘멀리 보면 밑질 게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오는 1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최종적으로 나오면 사면 논의가 정치, 사회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면 건의 언급에서 나타났듯, 이 대표는 ‘동서통합’과 ‘외연확장’으로 대권의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지기반이 호남과 친문에 갇힌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그 특유의 진중하고 안정감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각인하는 것이 최선의 활로로 판단한 것이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