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내달 1일 예정된 정례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 힘과 재계에 이어 주무부처인 법무부까지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일 오전 국무회의에 상법개정안 재의요구안 상정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한 권한대행이 국무회의 직전 국무위원 간담회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총리실 안팎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한 권한대행에게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부처 고위관계자는 “법무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로 한 권한대행에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고 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과 관련, “내부적으로 방침은 정해져 있지만,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때 공개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 힘과 경제6단체는 한 권한대행에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야권 주도로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해야 하는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 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업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참여자들이 지배주주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소액주주에게는 불리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개정안에 대한 권한대행의 거부권행사 기한은 내달 5일이다.
상법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초 “이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상장법인에 한해 기업 합병·분할시 이사회가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추진하기로 방향이 바뀌었다.
자본시장법 개정시 적용대상은 상장법인(약 2천500개)에 한하지만, 상법 개정시 적용 대상이 비상장법인(100만여개)까지 포함된다.
관계부처 고위관계자는 “원래 법무부도 계엄전에는 관계부처 회의 등에서 상법이 통과될 경우 거부권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라면서 “통상 법무부는 권력분립의 원리에 안맞는 사안을 갖고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지, 다른 이유로 건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상법 개정안이 장기간의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된 현재로서는 재의요구를 통해 그간의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불필요한 사회적 에너지 소모 등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 행사 시 주주보호 논의가 원점으로 회귀 돼 사실상 재논의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은 저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면서 상법 개정안에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경우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